‘쉰이 넘은 초로의 신인 프로골퍼가 탄생할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최근 (사)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만 50세 이상이라 할지라도 프로 입문을 위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런 권고는 지난 9월 유 모씨(55)가 인권위에 “프로 입문을 위한 대회인 퀄리파잉스쿨과 프론티어 투어 참가 자격을 만 50세 미만으로 제한하여 프로 진입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므로 시정을 원한다”고 진정을 제기함에 따라 나온 것이다.

KPGA가 Q스쿨 등의 대회 참가 나이를 50세 미만으로 제한한 이유는 첫째, 과거 테스트에서 50세 이상의 선수가 응시ㆍ 통과한 사례가 극히 드물고 둘째, 대회 참가 비용이 커 프로 무대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생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셋째, 프로 경기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과 더불어 상당한 체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데 만 50세 이상의 선수에게는 무리가 따르고 경기 특성상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권위가 이번에 차별시정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협회에 권고한 것은 KPGA가 프로골프 선수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로서 회원 선정 기준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자율성은 인정되기는 하나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공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즉 평균 수명의 상승과 의료 보건 인프라의 선진화로 인해 나이와 체력 혹은 경기력 간의 상관 관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생계 위험은 본인의 문제이지 이를 이유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체력적인 문제로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에 방해가 된다는 점은 인정하나 이는 공인 최저타수를 제출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KPGA는 향후 적법 절차를 거쳐 프로 지망생의 나이 제한을 철폐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프로가 되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가, 어떤 과정을 통해야 하는가를 알아 보자

우선 인권위가 ‘프로 자격을 부여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로 규정’한 KPGA 소속 프로는 4,400여 명이다. 협회 역사가 내년으로 40년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110명 정도가 입회한 셈이다.

이 숫자는 티칭과 세미프로가 합쳐진 숫자이며 시드전 결과에 따라 공식 투어에 뛸 수 있는 정회원 숫자는 800여 명에 불과하다.

프로 지망생은 한 해 몇 명이나 될까. 해마다 시행되는 KPGA퀄리파잉스쿨 1차전(세미프로 선발전)에 지원하는 숫자는 대략 3,000명 정도다. 상, 하반기 각 1회씩 실시해 선발하는 세미프로는 120명씩 연 240명이다. 따라서 세미프로 경쟁률은 25대1 정도. 여기까지는 그나마 좀 낫다. 아마추어들끼리의 경쟁이니까.(물론 이들도 중고등학교 시절 선수생활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3,200여 세미 프로들 중 대개 1,200명 정도가 출전해 경합하는 Q스쿨 2차전에서는 단 60명 만이 살아 남아 ‘꿈에 그리던’ 프로가 된다. 이미 25대1의 경쟁을 통과한 ‘쟁쟁한’사람들끼리 맞붙어 또 다시 20대1의 ‘피말리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사법고시 못지 않은 어려운 과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규 투어의 출전 자격을 위해서는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Q스쿨 최종전이다. 여기에는 정규투어에서 상금 랭킹 60위 이내에 들지 못한 프로들과 2차전 통과자, 그리고 투어 재진입을 노리는 정회원 프로까지 500명 정도가 경합한다. 그래서 최종 선발되는 숫자는 40명 내외다.

따라서 아마추어가 투어 프로로서 코리안투어까지 진출하려면 25대1-20대1-12대1의 경쟁을 뚫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확률 6,000분의 1의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우리가 TV나 현장에서 보는 프로골퍼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친 대단한 사람들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이제한을 없애는 내년 이후 50대 신인 프로골퍼가 탄생한다면, 비록 투어 프로가 아닌, 세미 프로라 하더라도 그것은 바로 ‘기적’이고 ‘인간 승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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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phy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