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베이징 올림픽·3월 스웨덴 세계선수권서 '승전보 다시 한번'월드스타 마린보이와 피겨의 요정, 각각 호주·캐나다서 우승 다짐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열심히 뛸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피겨요정 김연아(18ㆍ군포수리고)와 수영천재 박태환(19ㆍ경기고). 2007년을 빛낸 이들이 멀리 캐나다와 호주에서 신년 인사를 보내왔다. 김연아는 오는 3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다짐했고, 박태환은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김연아와 박태환이 있어 2007년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대통령 선거와 신정아 게이트 등으로 얼굴을 찡그렸던 국민에게 김연아와 박태환이 전달한 승전보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 들이킨 청량음료처럼 시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김연아와 박태환을 2007년 10대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다.

■ 유치원에도 피겨요정 김연아 열풍

“아빠, 제가 김연아처럼 보여요?” 유치원생 이지우(5) 어린이는 오른발을 등 뒤로 올리며 양팔을 벌렸다.

“엄마, 나도 김연아처럼 될래. 스케이트 배우게 해줘요!” 지우처럼 전국 방방 곳곳에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이가 생겼다. 잠실 롯데월드 빙상장 등에는 자정이 지난 시간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피겨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은 오랜 세월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SBS TV가 김연아가 출전한 모든 대회를 생중계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중 3.5회전을 뜻하는 트리플악셀(triple axel), 스케이트 안쪽날인 인에지(in edge) 등 전문용어가 초등학생의 대화 주제가 될 정도다. 김연아는 한국갤럽이 ‘한국을 빛낸 스포츠스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스타가 됐다.

피겨 팬들은 3월을 손꼽아 기다린다. 김연아가 스웨덴에서 열리는 2008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때문. 세계선수권은 올림픽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대회다. 그랑프리 결승전 2연패에 성공한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피겨 여왕에 등극하겠다는 각오가 당차다.

지난해 이맘때쯤 “세계선수권에 나가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다”던 김연아. 그는 불과 1년 만에 세계선수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힐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동메달을 목에 걸고 감격했지만 이번에는 금메달이 목표다.

김연아와 우승을 다툴 선수는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일본). 아사다는 2007~2008시즌에 엄격해진 채점 규정 때문에 고생했다. 하지만 여자로는 드물게 트리플악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에 김연아가 안심할 때는 아니다.

겨울에는 김연아를 비롯한 은반의 별들을 한국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치상 행정부회장은 “2007~2008시즌 그랑프리 결승전(12월 11~14일) 개최지가 사실상 서울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TV를 통해서만 김연아의 고혹적인 자태를 감상했던 한국 팬들이 김연아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그랑프리 결승전을 개최할 만큼 한국 피겨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한국수영 사상 첫 올림픽 金 도전

“제가 할 일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입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중인 박태환의 목소리는 힘찼다.

대한수영연맹은 한국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박태환의 등장으로 한껏 들떴다. 박태환이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수영하면 조오련, 최윤희를 떠올렸다.

스타가 없을 뿐 아니라 환경도 척박했다. 남유선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혼영 400m에서 7위에 오르자 호들갑을 떨 정도로 한국 수영은 불모지였다.

박태환에게 베이징올림픽은 두 번째 도전이다. 아테네올림픽 당시 15살이었던 박태환은 부정출발로 실격돼 물살을 가르지도 못했다. 상심한 박태환이 화장실에서 혼자 2시간 동안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세계 최고의 수영선수 펠프스와 헤켓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4년 전 아픔을 맛봤다면 이번에는 기쁨을 맛볼 차례라는 게 박태환의 생각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월드컵에 세 차례나 출전해 3연속 3관왕을 차지했다. 1,500m 시상식을 마치고 곧바로 200m에서 우승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일반인보다 젖산 회복 능력이 2배나 뛰어난 박태환은 피로 회복이 유독 빠르다. 따라서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주종목인 400m와 1,500m는 물론이고 200m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 국민 오누이

호주에서 물살을 가르는 박태환과 캐나다에서 스케이팅하는 김연아는 ‘국민 오누이’로 불린다. 2006년 말 대한체육회를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서로를 오빠, 동생으로 부른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박태환에게 ‘오빠! 잘살고 있어? 나는 잘 지내고 있지롱’이란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이에 박태환은 ‘덕분에 잘 지내지.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축하해. 건강하삼’이란 문자로 답장했다.

박태환과 김연아는 지구 반대편으로 떨어져 각자 훈련하지만 가끔 휴대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어린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올랐고 정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2007년 일년 내내 국민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 국민오누이가 2008년에도 승전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국민의 눈과 귀가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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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