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소렌스탐·캐리 웹·박세리 등 제2 도약 꿈틀

‘왕언니들이 돌아온다.’

90년대 중반부터 10년 이상 미LPGA투어를 호령했던 ‘빅3’가 있다. 우리 팬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아니카 소렌스탐(38 스웨덴), 캐리 웹(33 호주) 그리고 박세리(31)다. 순차적으로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동문’이기도 한 이들은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어 투어에선 ‘왕언니’ 대열에 들어섰다.

이들이 지난 95년 이후 투어에서 올린 승수만도 무려 128승에 이른다. 소렌스탐이 혼자 70승을 올려 역대 다승 순위 3위에 올라 있고 웹이 34승, 그리고 박세리도 24승을 올렸다. 박세리만이 세계 랭킹 1위 자리에 올라 보지 못했을 뿐, 소렌스탐과 웹은 95년부터 2005년까지 1위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세계 여자골프계를 평정해왔다. 이들의 틈새에서 박세리는 2위 네 차례, 3위 한 차례 등 걸출한 활약을 펼치며 ‘삼각 라이벌 구도’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추락’의 아픔을 겪었다. 가장 먼저 슬럼프를 겪은 선수는 웹. 96년 투어 데뷔 첫해에 올해의 선수까지 올랐고 2002년까지 상금왕 3회에 줄곧 톱5 이내를 유지하던 웹은 2003년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 11위(2003년), 9위(2004년)를 거쳐 2005년에는 급기야 상금 랭킹 27위까지 곤두박질을 치며 ‘3강 구도’에서 가장 먼저 이탈했다.

다음은 박세리였다. 2004년 4월 미켈럽라이트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채운 직후 원인 모를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뒤 2005년에는 톱10 한번 없이 상금 순위 102위까지 추락했다. 극심한 부진은 부상을 불러 왔고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이제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006년과 지난 시즌 한차례씩 정상에 올라 그런대로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소렌스탐도 부진의 대열에 합류했다. 2001년부터 상금왕을 5연패했던 소렌스탐은 2006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지난해에는 1승도 없이 무려 25위까지 내려 앉았다. 소렌스탐이 한 시즌 동안 1승도 못한 것은 94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이들이 비워 놓은 자리에는 지난해까지 상금왕 2연패를 달성한 오초아와 노르웨이 출신의 수잔 페트르손이 새로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렇듯 비슷한 시기, 영광과 좌절을 두루 맛 본 이들이 올해는 나란히 ‘심상치 않은’ 출발을 보이며 ‘왕언니들의 반란’을 예감케 하고 있다.

지난 17일 끝난 시즌 개막전 SBS여자오픈에서 소렌스탐이 우승했다. 지난 2006년 9월 스테이트팜클래식 우승 이후 17개월 만에 화려한 부활을 알리며 개인 통산 70승째를 올렸다.

캐리 웹은 이에 앞서 조국 호주에서 열린 호주여자오픈과 유러피언여자투어 ANZ마스터스에서 잇달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호주여자오픈에서는 한국의 신지애와 경합 끝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벌어진 ANZ마스터스에서도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플레이 하는 등 확실한 회복세를 과시했다.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완벽한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박세리는 후원 계약 관련 일정으로 개막적인 SBS오픈은 결장했으나 같은 하와이에서 벌어진 필즈오픈 출전으로 2008년을 시작했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 헌액으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기도 했던 박세리는 전에 없는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을 소화, ‘올시즌 제2의 전성기’를 자신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역시 오초아, 페테르손 등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흘러간 3인방’의 공세가 강화됨으로써 올시즌 미LPGA투어는 팬들에게 많은 흥미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

박 호 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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