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대기 신세.’

‘얼짱 골퍼’로 불리는 최나연(21 SK텔레콤)은 올시즌부터 미LPGA투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대원외고 재학 시절, 성인 프로대회인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끌기 시작했던 최나연은 통산 3승을 기록 중인 국내 정상급 골퍼다. 최근 수년간 신지애, 지은희, 안선주 등과 함께 국내 4강 구도를 형성하며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그렇듯 최나연도 세계 여자골프의 최고봉인 미L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미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 나섰던 최나연은 그러나 아쉽게 풀시드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2언더파로 공동 20위를 마크해 17명에게 준 풀시드를 얻지 못한 대신 대기(컨디셔널) 시드 4번을 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단 3명을 제치지 못한 ‘실수’가 올시즌 내내 최나연을 고달프게 할 것 같다. 최나연은 풀시드를 획득한 다른 루키들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곱절 이상 더 힘겨운 투어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컨디셔널 시드권자는 풀시드자에 비해 얼마나 더 힘들까.

우선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대회 숫자가 다르다. 자격 시험에서 성적차이가 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풀시드가 받았다 해도 모든 대회를 다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급 대회는 상금 랭킹에 따라 제한적으로 출전이 가능하다.

상위권 선수 다수가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경우 대기 시드자에게 기회가 온다. 최나연의 경우 올시즌 열리는 30여개 대회 중 11~12개 정도만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최나연의 올시즌 목표는 일단 상금 랭킹 90위 이내에 들어 내년 시즌 풀시드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투어 중 절반 이하의 대회만을 출전해서는 왠만해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그는 먼데이 퀄리파잉이라는 제도를 통해 출전 대회 수를 늘려갈 참이다.

먼데이 퀄리파잉이라 함은 말 그대로 월요일에 자격 시험을 치는 것을 말한다. 거의 모든투어는 대회가 열리는 해당 주 월요일에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발 시험을 치른다. 하루 경기(18홀)를 통해 단 2명에게 추가로 자격을 주는데 보통 30~40명이 출전한다. 따라서 어떤 선수들은 본 대회 예선 통과보다 더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여타 선수들에 비해 육체적으로 힘들다.

먼데이 퀄리파잉을 실패할 경우에도 대회 지역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대회에 임박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을 좋지 않은 선수가 출전을 포기할 경우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에 1라운드가 시작되는 목요일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정신적인 피로가 크다.

미국은 예약 문화가 매우 발달한 곳이다. 따라서 여유를 두고 미리 일정을 잡을 경우 경비를 많이 세이브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갑작스레 일정을 변경할 경우, 항공료나 렌터카비, 호텔비 등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 최나연은 몇 개월간의 항공, 렌터카, 숙박 일정을 잡아 놓지만 월요 예선에 실패하고 출전 포기자가 생기지 않을 경우 예정보다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개 투어 선수가 한 시즌 동안 사용하는 투어 경비는 대략 10만 달러를 상회한다. 남자 선수들과는 달리 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여자 선수들은 동반 가족들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최나연과 그의 부모들이 예상하고 있는 비용은 25만 달러 내외. 이는 풀시드 선수들의 경비에 비해 30% 정도 많은 예산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미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 출전했다가 이달 초 잠시 귀국했던 최나연은 “Q스쿨에서 부진했던 탓인데 누굴 원망하겠는가. 올 한해 배운다는 자세로 모든 어려움을 감수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반드시 상위권에 들어 내년에는 보다 좋은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3중고’ 속에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나연의 분전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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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호 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