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골프 역사’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세리(31). 그녀는 미LPGA투어와 한국 골프 역사에 수많은 기록들을 아로 새겨 놓은 ‘불세출의 스타’다. 지난 98년 미LPGA투어에 데뷔했던 박세리는 통산 24승으로 아시아권 출신 선수로는 최다승을 기록 중이며 이 같은 업적으로 인해 지난해 말, 역시 아시아권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과 미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런 그녀가 내달 초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그간 여러 차례 기회를 가졌음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그래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 매우 의미있는 목표다. 다름 아닌 ‘커리어 그랜드슬램’.

박세리는 오는 4월4일(한국시간) 부터 미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러지의 미션 힐스골프장에서 벌어지는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에 나선다. 98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잇달아 석권했고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 3대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바 있는 박세리는 이번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경우 자신의 ‘염원’을 달성하게 된다.

진정한 그랜드슬램이란 단일 시즌에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 미LPGA투어의 경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2명 있긴 하나, 요즘과 같은 4대 메이저타이틀이 정착되기 이전, 2개 또는 3개의 메이저대회만이 존재했던 먼 ‘옛날(?)’의 일이다. 투어 창설 첫해인 1950년에 베이브 자하리어스가 US여자오픈과 타이틀홀더스 그리고 웨스턴오픈 등 당시의 메이저 타이틀 3개를 모두 차지한 바 있고 지난 1974년 샌드라 헤이니도 메이저대회를 독식(US오픈, LPGA챔피언십)한 바 있으나 메이저 대회 숫자가 적어 크게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그래드슬램’은 아직 단 1명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박세리가 노리고 있는 것 같이 특정 선수가 자신의 선수 생활을 통해 4대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는 것을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 칭하는데 이를 달성한 선수는 모두 6명이다. ‘선사시대’라 할 수 있는 57년과 62년 루이스 석스와 미키 라이트가 이 진기록을 달성했고 근래 들어서는 86년 팻 브래들리가 스타트를 끊은 이후 99년부터 2년 간격으로 줄리 잉스터와 캐리 웹, 아니카 소렌스탐이 잇달아 이 고지를 밟았다.

박세리는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세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뒤 나비스코챔피언십만을 남겨 놓은 채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 도전했으나 번번이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그 중 몇 번은 우승권에서 경쟁을 펼치기도 했으나 안타깝게 실패를 거듭했다.

박세리는 2003년 중반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한 때 랭킹이 100위권 밖으로 처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상금 랭킹 16위에 올라 서서히 기량을 끌어 올리고 있는 상태다.

이달 초 조모상을 당해 일시 귀국했던 박세리는 “지난해 꿈에 그리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순간을 맞았었다. 이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1차 목표로 삼아 다시 정진하겠다”고 올시즌 포부를 말한 뒤 “최근 몇 년 들어 가장 알찬 동계 훈련을 치른 만큼 이번에 정상을 노려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회가 열리는 미션힐스CC 다이나쇼어 코스는 전장이 6,673야드에 이를 만큼 긴데다 좌우에 아름드리 나무가 즐비하고 러프도 길고 질겨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해야 하는 난코스다. 따라서 역시 코스를 어렵게 세팅하기로 유명한 US여자오픈과 함께 이 대회 우승자는 진정한 강자로 인정을 받는다.

과연 ‘골프 역사의 창조자’ 박세리가 다음달 또 하나의 쾌거를 국내 팬들에게 전해줄 지 관심이 간다.

박 호 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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