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전, 현직 ‘골프 여제(女帝)’로 불리는 당대 최고수들이다. 특히 2001년 이후 세계 랭킹 1위 자리는 두 선수만의 전유물이었다. 2000년까지 캐리 웹과 주거니 받거니 1위 자리를 놓고 경합하던 소렌스탐이 2001년부터 확고부동한 1인자 자리를 차지, 5년간 여제로서 세계 여자 골프계를 통치했다.

그러던 소렌스탐이 2006년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자 막바로 왕위를 물려 받은 선수가 바로 오초아다. 2003년에 미LPGA투어에 데뷔해 당해년도 신인왕에 올랐던 오초아는 투어 4년차인 2006년에 6승을 올리며 상금왕에 등극, 마침내 ‘소렌스탐 시대’를 종료시켰다.

그렇다면 오초아와 소렌스탐 중 누가 더 뛰어난 골퍼일까.

물론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오초아의 능력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소렌스탐은 몇 년 전 이미 미LPGA투어가 선정한 ‘투어 역사상 최우수 골퍼’로 공인된 바 있을 정도로 탁월한 업적과 기량을 갖춘 선수다. 이미 투어 70승(메이저 10승)을 기록하고 있고 전인미답의 18홀 최소타(13언더파 59타)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지난해 8승과 함께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시즌 상금 400만 달러를 돌파(436만4,994달러)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오초아는 올시즌에도 3월말 현재 3개 대회 출전에 2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뷔 5년 3개월만에 벌써 19승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이렇듯 시차를 두고 각기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위업을 쌓은 두 선수간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각각의 최절정기를 직접 비교해 보면 참고가 될 듯하다.

우선 소렌스탐은 2002년에 기량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당시 23경기에 나선 소렌스탐은 참가 수의 절반에 가까운 11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11승 뿐 아니라 2위와 3위도 각각 세차례씩 기록, 무려 17차례나 톱3 안에 들었다.

다른 선수들이 주눅이 들 만도 했다. 이 때의 시즌 평균타수가 68.70타. 평균타수는 선수의 능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인정받고 있는 수치로서 미LPGA투어 역사상 첫 68타대 기록이며 매 대회마다 13언더파 이상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소렌스탐은 2001년부터 6년 연속 라운드 평균 69타대를 마크하기도 했다.

소렌스탐은 3년 뒤인 2005년에도 10승을 올렸다. 이 때는 20경기에 출장, 정확히 2개 대회 중 하나씩을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는 경이로움을 보인 바 있다. 소렌스탐은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킨 2001년부터 5년간 무려 43승을 집중시켰다. 5년간이나 절정기를 보냈다는 얘기다.

오초아 역시 투어 활동 기간을 길지 않지만 내용 면에선 소렌스탐 못지 않다.

2003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루키 시즌을 장식한 오초아는 이듬해 프랭클린 아메리칸 모기지챔피언십에서 투어 첫승을 올린 이래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특히 2006년에는 단숨에 6승을 올리며 소렌스탐을 밀어냈다.

이 때 기록한 평균타수는 69.24타다. 이는 역대 세번째로 좋은 스코어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에는 8승에 평균 69.69타를 기록, 1인자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굳혔다.

오초아는 지난해 중반까지 연장전서 4전 전패했고 메이저 우승도 없어 다소 평가절하되기도 했으나 2007년 6월 웨그먼스클래식에서 한국의 김인경에게 연장전에서 승리했고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 두 가지 단점을 모두 털어내며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상의 모든 것을 정리해 볼 때 둘 다 투어 신인왕 출신이면서 애리조나대학교 11년 선후배간이기도 이들은 아직은 업적 면에서는 소렌스탐이 우위에 있음이 확실하지만 각기 전성기적 기량으론 우열이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백중세로 보인다.

오초아가 지금 소렌스탐 만큼의 연륜이 됐을 때, 소렌스탐이 이룬 위대한 업적을 얼마 만큼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그 때나 가서야 진정한 우열이 갈라질 것 같다.

박 호 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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