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갤러리가 몰리는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할 때는 그들의 좋지 않은 관전 매너까지도 선수들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

지난 4월 중순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렸던 SK텔레콤오픈2008에 출전했던 최경주(38)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갤러리들의 관전 태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후배 골퍼들에게 이렇게 ‘의미있는 조언’을 했다. 그는 “수많은 갤러리들을 하나하나 다 통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날아가는 비행기나 달리는 자동차까지도 퍼팅을 할 때 세워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내 골프계에서는 갤러리들의 관전 문화와 관련된 얘기들이 비교적 자주 도마 위에 오르는 편이다. 특히 이번 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특별 초청돼 경기를 치르면 많은 갤러리들이 골프장을 찾게 되고 그럴 때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눌러 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 휴대폰 통화, 선수가 플레이 중인데도 아랑곳없이 다음 홀로 이동하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다소 혼란스럽다.

골프는 한 선수가 플레이를 할 때 다른 선수들이나 갤러리들은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게 매너다. 그래서 미PGA투어나 미LPGA투어 대회에서는 갤러리들이 입장할 때 가방 등을 수색해 카메라 등을 가지고 갈 수 없도록 조치하곤 한다.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내에서는 가방을 뒤지는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많은 진행요원들을 투입해 갤러리들로 하여금 통제에 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인원을 투입한다 해도 관전 문화 수준이 미흡할 경우 모든 갤러리들을 일일이 통제해 완벽한 경기 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골프 갤러리들의 관전 수준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음은 사실이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따라서 결국은 선수들이 스스로 그 상황을 이겨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수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어릴 적 타이거 우즈를 훈련시키면서 샷을 할 때 일부러 갑자기 움직이거나 장갑 벗는 소리를 냈다고 한다. 예기치 않은 소음이나 움직임에도 실수를 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도록 적응시키기 위함이었다. 타이거 우즈는 경기를 할 때 마다 매번 전세계 수많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갤러리들 속에서 플레이를 한다. 그러다 보니 그도 때론 사진 기자들이나 갤러리들과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한다. 또 테니스 경기에서도 예전에는 선수들이 서비스를 넣을 때 관중들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선수가 플레이를 중단한 뒤 장내를 정돈하고 플레이를 재개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왠만한 소란이나 관중들의 이동은 무시하고 진행한다.

이는 결국 프로 스포츠라는 것이 갤러리 또는 관중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인식에 근거한다. 갤러리들이 경기력을 다소 방해한다 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선수들끼리만 경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SK텔레콤오픈 최종 라운드서 최경주와 함께 플레이한 강성훈(21)의 캐디는 갤러리들을 향해 “어르신들, 볼 좀 칠게요”라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미LPGA투어 하나은행 코오롱챔피언십에서 강수연(32)은 어떤 갤러리가 전화 통화를 하자 조금 기다렸다가 “통화 다 하셨어요? 저 플레이해도 되나요?”라며 애교섞인(?)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갤러리들을 향해 고함을 치거나 하는 선수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결국 자신의 플레이를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돼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돌파를 하는 수 밖에. 이번 최경주의 ‘의미있는 조언’을 계기로 우리 선수들도 스스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자.

‘갤러리들의 부족한 관전 매너도 골프 경기의 일부’다.

박 호 윤 (주)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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