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프로야구 용병 교체KIA 르루·삼성 로드리게스 방출… 선발·불안한 불펜 보강절반의 시작 기싸움 칼 빼"주키치·나이트 퇴출 없다" LG·넥센 검증된 투수로 승부수

넥센 나이트/연합뉴스
올해도 시즌 중 보따리를 싼 외국인 투수가 나왔다.

선동열 KIA 감독은 지난 24일 잠실 LG전에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오른손 투수 앤서니 르루의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웨이버 공시란 소속 선수와 계약을 해제하는 방법으로 방출을 뜻한다. 선두 삼성 역시 오른손 선발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에 방출을 통보하고 새 용병을 찾기로 했다. 이에 앞서 두산은 왼손 개릿 올슨을 돌려 보내고 데릭 핸킨스를 영입했다.

▲마지막 베팅, 하는 게 맞다.

외국인 투수 교체는 각 구단이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다. 정규 시즌이 약 50경기 남은 가운데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삼성은 두 달 넘게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정된 선발이 3명뿐이다. KIA는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불안한 뒷문이 여전히 문제다. 두산은 3월30일 개막전부터 2명의 외국인 투수를 제대로 가동한 적이 없다.

결국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해, 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각 구단은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다. 몇 십억의 돈을 다시 써야 하지만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다. 최근 10년 간 한국시리즈 제패한 구단들은 늘 좋은 외국인 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시즌 중 교체를 했을 지라도, 팀 중심에는 든든한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삼성 로드리게스
한 구단 관계자는 "4강 싸움을 하고 있지 않다면 굳이 부진한 외국인 투수를 바꿀 이유가 없다. 괜히 헛돈을 쓰는 셈"이라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크다면 마지막 베팅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새 얼굴,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새롭게 영입된 투수가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검증된 투수를 바꾸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LG도 최근 벤자민 주키치의 방출을 신중히 검토했지만 결국 "이 만한 투수를 찾기 힘들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칫 새 외국인 투수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다면 후폭풍이 더 크다는 계산이다. 김기태 LG 감독은 "주키치와 끝까지 가겠다"며 "지난 2년 동안의 모습만 되찾는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27승을 합작한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헤켄이 기대에 못 미치지만 교체는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볼카운트가 불리하다 보니 결정구를 던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올스타 휴식기를 맞아 2명의 투수와 얘기를 나눴다. 작년 보다 공이 높게 들어가고 있으니 낮게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기 공에 대한 믿음

넥센 밴헤켄
KIA에서 방출된 앤서니는 지난해 선발로 나가 11승13패, 3.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마무리로 전환한 올 시즌 초반에는 위기 상황에서 잇달아 등판해 20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6월부터 부진하더니 블론 세이브를 4개나 저질렀다. 반드시 1승이 필요한 순간 마다 리드를 지키지 못해 팀에 준 타격이 심했다.

앤서니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이었다. 블론 세이브 개수가 늘어날수록 마운드에서 위축되고 또 위축됐다. 한 야구인은 "스피드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자기 공을 믿지 못한다"며 "타자와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이래서는 던질 수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외국인 투수에게 필요한 건 배짱이다. 빠른 공, 예리한 제구력 보다 더 중요한 건 '강심장'이다. 염경엽 감독은 "보통 3~4 경기만 보면 외국인 투수의 쿠세(투구 습관)이 노출된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9개 구단 투수가 다 그렇다"며 "관건은 이를 어떻게 이겨내느냐다. 아무리 습관이 노출됐어도 자기 공만 던지면 타자는 쉽게 치지 못한다"고 했다.



함태수기자 hts7@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