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 활약 경주마 '아침 해' 동상 헌정식수백차례 무기·탄약 운반부상 입고도 임무 완수 공로 인정미국 이름은 '레크리스'추모 웹사이트 회원 5000명 달해

정전 60주년이다. 한국전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경주마 '아침 해'의 동상 헌정식이 지난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고 해병대 본부에 있는 국립 해병대 박물관 앞에서 열렸다.

'아침 해'는 1952년 10월부터 한국 전쟁터에 투입돼 수백차례 무기와 탄약을 운반하는 군마로 활동하며 '레크리스(Reckless)'란 미국 이름을 얻었다. 부상을 입고도 임무를 완수해 미 해병대 최초로 하사 계급장과 훈장까지 받았다.

이날 헌정된 동상은 실물 크기로 제작됐다. 헌정식에는 제임스 에이머스 해병대 사령관을 비롯한 고위 장성들이 참석했다. 해병대 기념관에는'아침 해'의 사진, 훈장 등 유품과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전 교육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아침 해'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활동했던 경주마였다. 소년마주 김흑문은 '아침 해'를 무척 아꼈지만 지뢰를 밟아 장애인이 된 누이 김정순을 위해 말을 팔기로 결심한다. 누이에게 의족을 사주어야 했던 것이다. 마침 수송용 말을 구하고 있던 미 해병 1사단 5연대 무반동 화기 소대 에릭 피터슨 중위는 소년에게 250달러를 주고 '아침 해'를 샀다. 이때가 1952년 10월. 미 해병은 이 시점을 '아침 해'가 해병에 입대한 날로 본다.

해병대에 입대한 '아침 해'는 경기도 연천 전투를 비롯한 격전지에서 전투 중 탄약을 나르는 임무를 맡게 된다. 400kg 밖에 안 되는 작은 암말은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무거운 탄약 더미를 386차례나 나르며 동료 해병들을 도왔다.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적탄을 뚫고 포탄을 져 나른 것만 쉰한 차례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름처럼 '무모하도록' 용감했다. '아침 해'는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두 번이나 부상을 입었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 동료들은 '아침 해'가 똑똑해 적탄이 날아오면 엎드릴 줄도 알았고 철조망도 잘 넘었다고 회상했다.

정전 협정이 체결되자 '아침 해'는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해병대 1사단 본부에서 편히 지냈다. 적군의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 '아침 해'의 용맹함은 랜돌프 해병대 1사단장에게도 알려졌고, 1959년 하사로 진급했다. 다음해엔 성대한 전역식을 치르며 은퇴했다. '아침 해'는 생전에 퍼플 하트 훈장(미국에서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주는 훈장), 선행장(하사관병에게 교부되는 근무 기장), 미국 대통령 표창장, 미국방부 종군기장, 유엔 종군기장, 한국 대통령 표창장 등 각종 훈장과 상을 받았다.

특히 라이프 매거진은 1997년 특별호에서 세계 100대 영웅에 '레크리스'를 선정했다. 당시 세계 100대 영웅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흑인 노예 해방의 주역 에이브러햄 링컨, 영화배우 존 웨인, 성녀 마더 테레사 등이 포함됐다.

'레크리스'의 이름을 딴 추모 웹사이트(www.sgtreckless.com)까지 등장해 회원수만 5,000명에 달할 정도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