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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해라" 소통의 야구 통했다

● '16년 만의 1위' LG 바꾼 김기태 리더십
팀원들과의 신뢰 우선
투수 운용 코치에 일임… 훈련 일정도 선수에 맡겨
'초보 감독' 비난 딛고 1년 반 만에 '갓기태'로
  • 김기태 LG 감독이 지난 10년간 가을 야구와 인연이 없었던 팀을 확 바꿔 놓았다.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5-3 승리로 16년만의 후반기 1위로 이끈 김기태 리더십은 이제 마지막으로 우승한 '어게인 1994'를 꿈꾸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태 LG 감독은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5-3으로 승리하며 팀을 16년 만의 후반기 1위로 이끈 뒤 "선수들이 잘 해 줬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여전히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차명석 LG 투수코치는 최근 병상에 누워 있을 때 김 감독에 대한 진심을 드러낸 적 있다. 그는 "투수 운용에 대한 전권을 주신 감독님은 처음"이라면서 "이런 감독님 밑에서 운동하는 코치들과 선수들은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쌍방울과 삼성, SK를 거친 국내 전설적인 왼손 강타자였다. 혈기 왕성한 만 44세의 젊은 감독은 이제 2013 프로야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LG가 후반기 중간 순위 1위에 오른 건 양대 리그로 치러진 2000년(매직리그 1위)을 제외하고 무려 16년 만이다. 단일 리그에서 마지막으로 1위에 자리한 건 1997년7월16일로 날짜로는 5,879일 만이었다. 8월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마지막으로 1995년 이후 18년 만이다. 1997년엔 8월 이후에 1위 자리에서 내려와 정규시즌 2위로 마무리했고, 1995년엔 9월19일까지 1위를 달리다가 2위로 마쳤다.

대한민국에서 딱 9명뿐인 선망의 직업. 수많은 스타플레이들이 거쳐 갔지만 영광보다는 굴욕의 역사로 점철됐다. 그래서 LG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린다. 그러나 딱 한 사람만이 독을 뺀 성배로 바꾸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해 박종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하마평에 올랐던 재야 '고수'들을 제치고 김 감독이 수석코치에서 내부 승격되자 검증되지 않은 '초보'라는 이유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프로야구 감독이 됐는데 방에서 혼자 캔 맥주 마신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흐른 올 시즌 8월 김 감독은 LG 열혈 팬들 사이에서 '갓기태'로 통한다. '야왕'으로 불렸던 한대화 전 한화 감독을 넘어 '신(god)'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김 감독이 첫 해인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팀 분위기만큼은 우리 팀이 최고"라고 자부했다. 차 코치의 말처럼 LG 코치들은 9개 구단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 '할 말'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코치들이 감독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자기 전문 분야 내에서 기자들과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코치들의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선수단에게도 전파됐다. 고참 선수들은 코치들과, 때로는 김 감독과도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다.

그렇다고 자유분방함은 아니다. 김 감독은 격식과 예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령탑이다. 현역 시절부터 선후배 관계를 깍듯하게 여겼고,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코치를 지내면서 스포츠맨십과 운동 선수다운 모습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선수들에게 휴식일이나 훈련 일정을 직접 짜도록 하지만 복장과 두발은 엄격하게 단속하는 게 김 감독의 선수단 관리 철학이다.

현역 최고령 선수인 LG 류택현(42)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여기까지 온 이상 선수들 모두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의 마지막 정규 시즌 최종 1위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이다. 우승의 5대 요건으로 불리는 15승 투수, 든든한 포수, 똘똘한 1번, 4번 타자, 확실한 마무리 등의 거의 대부분 갖췄다.

여기에 김 감독의 리더십과 돌아온 팬들의 화끈한 응원이 '어게인 1994'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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