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기념 이색 줄다리기 이벤트

서울경마공원에서 9월1일 열리는 특별 이벤트 '말 vs 인간의 줄다리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말 한 마리와 줄다리기 대결에서 이기려면 사람 몇 명이 힘을 합쳐야 할까?

서울경마공원이 9월 1일 한국 경마 사상 최초로 열리는 경마 한일전(제9경주, 혼1, 1400M, 별정Ⅵ)을 기념하기 위해 경주 종료 후 주로에서 말과 사람의 줄다리기 대결 이벤트를 갖는다.

말과 사람이 사상 초유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펼치는 이색 대결은 성인 남성 몇 명이 힘을 보태야 말 한 마리의 힘과 평형을 이루는 지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성인 남성 6명이 말과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말에 이들이 끌려가기 시작하면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추가로 투입된다.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마침내 말이 끌리기 시작하는 순간 대결은 끝난다.

줄다리기 대결은 오프닝 경주와 본 경주로 나눠진다. 오프닝 경주에선 서울경마공원에서 꽃마차를 끌며 체력을 다져온 말 '가시리(6세)'가 출전해 줄다리기 시범을 보인다. 본 경주에선 서울경마공원 내 말 동물원 '포니랜드'에서 관상마로 사랑받아 온 '마틴(11세)'이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하는 3,000여 마리의 말을 대표해 줄다리기 선수로 나선다.

말이 1초 동안 평균적으로 일하는 양에서 착안한 '마력(馬力)'이라는 동력 단위를 기준으로, 말은 순간적으로 약 25마력 정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 남성 1명이 순간적으로 최대 1마력을 낸다고 할 때 기계적인 계산으로는 말 1마리에 25명이 힘을 모아야 무승부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결에 참여하는 사람 개개인의 힘이 다르고, 이동하는 거리가 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경마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대결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는 '마틴'의 운동 부족. '마틴'은 본래 짐마차용으로 사용되던 '클라이즈데일' 품종으로 몸무게가 1톤에 달하는 육중한 체격의 힘이 좋은 말이지만 오랫동안 관상마로 생활해온 터라 힘쓰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말의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마틴'은 현재 매일 줄다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마틴'과 힘 대결을 펼칠 '사람 진영'에는 태권도, 유도 유단자 및 레슬링 선수 등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20~30대 건장한 남성 20여명이 참여한다. 리허설에 참여한 숭실대 체육학과 4학년의 이옥수씨(25)는 "시작과 동시에 맥없이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 '마력'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면서 "전국 체육대학 연합 줄다리기 등 체육학도로서 다양한 줄다리기를 해봤지만 동물과의 줄다리기는 처음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마틴'과 즐겁고 후회 없는 경쟁을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외국에선 '말과 사람의 줄다리기'가 지역 축제 이벤트의 하나로 종종 열려 왔다. 최근 호주 브리즈번의 최대 축제인 '에카(EKKA)' 페스티벌에서는 소방관들이 화재 사고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 환자를 돕기 위한 자선행사로 말 두 마리와의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다.

서울경마공원 CS마케팅팀 여제명 팀장은 "지난 4월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려 화제를 모은 '사람·말·자동차 경주'의 2탄 격으로 '말과 인간의 줄다리기'를 기획했다"며 "서울경마공원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이벤트인 만큼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말과 사람의 줄다리기 대결은 고객들이 결과를 직접 추리해서 맞추는 온·오프라인 투표와 동시에 진행된다. 결과를 맞춘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 온라인 투표는 31일까지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서, 오프라인 투표는 대결 당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