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널에 부는 '외질 효과'730억원 깜짝 영입… 오자마자 팀 확 바꿔 한달만에 3도움 선두로유니폼 판매 12배나 늘어… 경기력·성적·팬심까지8년만에 우승도 노려

아스널 팬들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03~04 시즌은 평생 잊지 못할 해였다. 아스널은 당시 38라운드에서 26승12무의 엄청난 기록으로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지휘 아래 공격수 티에리 앙리를 비롯해 데니스 베르캄프, 패트릭 비에이라 등이 활약했던 아스널은 EPL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이후 아스널은 주춤했고 올해까지 최근 8년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사이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주축 선수였던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세스크 파브레가스(FC 바르셀로나) 등이 팀을 떠나 유망주 위주의 선수만 양성한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흔히 '벵거 유치원'이란 비아냥 속에는 큰 투자를 하지 않는 아스널 구단의 재정 긴축 정책이 한 몫 했다. 특히 2006년 개장한 아스널의 홈 구장인 에미리트 스타디움의 건설비로 4억7,000만 파운드(약 8,0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면서 아스널의 지갑은 더욱 굳게 닫혔다.

그랬던 아스널이 2013~14 시즌을 앞두고 달라졌다. 올 시즌 이적 시장 마감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메수트 외질(25ㆍ독일)을 무려 5,000만 유로(약 730억원)라는 엄청난 금액에 데려왔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독일의 지단'으로 불리며 수 많은 도움을 달성했던 초특급 미드필더 외질이 아스널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 상상한 이는 극히 드물었을 정도로 '깜짝' 영입이었다. 아스널이 외질의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에 지불한 돈은 종전 팀 내 최고 이적료인 260억원(2009년 아르샤빈)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마법사' 외질은 아스널에 오자마자 팀을 확 변화시켰다. 아스널은 '외질 효과'에 힘입어 26일 현재 4승1패(승점 12)로 리그 1위에 자리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29골67도움을 기록했던 특급 도우미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3도움으로 단숨에 프리미어리그 도움 단독 선두로 나섰다.

입단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외질이 엄청난 활약을 벌이자 그 동안 우승에 목말랐던 팬들은 "벵거 감독의 영입이 성공적"이라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주축 선수의 이적만 있었을 뿐 대형 선수의 영입에 목말랐던 아스널 팬들은 그야말로 신이 났다.

외질의 홈경기 데뷔전이었던 5라운드 스토크시티전을 앞두고 아스널 팬들 수백 명은 경기장 한편에서 외질 유니폼을 입고 어깨동무를 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이들은 외질의 이름이 보이도록 어깨동무를 하고 환영하는 플래쉬몹 행사를 펼쳤다. 붉은색 홈 유니폼과 노란 원정 유니폼에 외질 이름이 새겨진 팬들의 물결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여기에 아스널 팬들 사이에선 SNS에서 'O'를 외질의 독일어 이름 첫 자인 'Ö'로 바꿔 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질 효과'는 아스널 유니폼 판매량 급증에도 크게 기여했다. 아스널 구단 대변인은 최근 "외질 영입 후 아스널의 유니폼 판매량이 예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12배나 급증했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외질은 아스널 팬들의 격한 반응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스널의 분위기는 환상적이다"라며 "(팬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벌써부터 외질 영입이 올 시즌 최고 영입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벵거 감독도 외질의 활약에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외질은 동료의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위대한 선수다"라며 "그가 팀을 변화 시켰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외질의 영입을 통해 아스널은 경기력과 함께 성적, '팬심'까지 모두 사로 잡았다. 외질의 활약에 힘입어 '무관의 제왕'이라 불렸던 아스널이 8년 간의 한을 떨쳐 버리고 우승 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