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다시 보기KCC-김민구, '제2의 허재' 결정적 순간 '한방' 기대동부-두경민, 활동량·스피드 뛰어난 대학가 최고 가드

2013 KBL 신인 드래트프에서 전체 1~3위로 지명된 '경희대 삼총사' 김민구(2순위 KCC), 김종규(1순위 LG), 두경민(3순위 동부, 왼쪽부터)이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환한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거물들이 대거 나온 2013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경희대 삼총사 김종규(207㎝)-김민구(190㎝)-두경민(183㎝)이 예상대로 전체 1~3순위를 휩쓸었고, 이들을 품에 안은 세 팀(LGㆍKCCㆍ동부)은 환호했다.

지난 시즌 6위를 차지한 삼성은 희박한 1.5% 확률로 전체 4순위 지명권을 얻어 고려대 출신 포인트가드 박재현(183㎝)을 영입했다.

반면 23.5% 확률을 가진 KT는 5번 지명권을 손에 넣는 불운을 맛 봤다. 많은 화제 속에 끝난 올해 신인 드래프트는 총 39명의 참가자 중 22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총 지명률 82.1%로 2군 드래프트가 도입된 2009년 이후 2010년 82.5%(40명 중 33명 지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극 정성 LG, 김종규 대어 건져

지난 시즌 리빌딩을 한 LG가 김종규 영입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드래프트 당일 오전 7시30분에 행사 장소인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아 가장 먼저 테이블보를 덮고, 김종규의 이름과 배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준비한 지극 정성이 통했는지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LG의 취약한 부분은 높이다. 김종규는 큰 키에도 스피드가 빨라 속공 가담 능력이 뛰어나다. 대표팀 단골 멤버로 국제 경험이 풍부하고 높은 탄력을 앞세운 제공권 장악 능력이 돋보인다. LG는 이미 지난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을 모비스에 내준 대신 시즌이 끝나고 받아온 김시래로 앞선을 보강했고, 주포 역할을 할 문태종을 6억8,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해 데려왔다. 마지막 퍼즐을 김종규로 채운 LG는 단숨에 2013~14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꿩 대신 닭 KCC-동부, 김민구-두경민 영입

KCC는 2순위로 김민구, 동부는 3순위로 두경민을 각각 선발했다. 두 팀 모두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었다.

허재 KCC 감독은 내심 김종규를 원했지만 대신 '제2의 허재'로 불리는 김민구를 품에 안았다. 김민구는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외곽 슛 능력과 강심장을 갖췄다. 또 언제든 득점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탁월하다.

KCC 관계자는 "지난해 장재석(KT) 사례를 비춰볼 때 김종규가 당장 통할지 미지수지만 김민구의 테크닉은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검증됐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강병현-김효범-박경상-김민구로 이어지는 '가드 왕국'을 세운 KCC는 2014~15 시즌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이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충분히 대권을 노릴 막강 전력을 갖춘다.

동부 역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웠다. 김주성(205㎝)과 이승준(204㎝)이 버티는 포스트가 강한 반면 가드 자원이 빈약했지만 '제2의 양동근'으로 불리는 두경민의 합류로 숨통이 트였다. 두경민은 김종규와 김민구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많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갖춘 대학 최고 수준의 가드다.

▲1.5% 기적의 픽 삼성, 굴러 들어온 복덩이 박재현

1.5% 확률의 삼성이 23.5%의 KT를 5순위로 밀어내고 4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이에 삼성은 주저 없이 '호랑이 군단'을 이끈 박재현을 택했다. 김동광 삼성 감독이 "하느님이 보우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박재현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데다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스타성도 엿보인다. 삼성이 1∼4순위 지명권을 얻은 것에 대해 농구 팬들의 반응 또한 좋다. 지난 시즌 일부 팀들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실력이 걸출한 선수들을 먼저 지명하려고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사며 농구 코트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끝까지 전력을 기울여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2라운드 1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된 이대성(23·190㎝)은 이번 드래프트 참가자 가운데 화제의 인물이었다. 이대성은 18세 이하 국가대표에 선발된 유망주였으나 중앙대 3학년을 마치고 2011년 팀을 나와 미국 하와이 브리검영대로 진출한 선수다. 일반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이대성은 "모비스가 훈련이 많아 군대라고 불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점이 좋다. 스스로 농구에 미쳐 있다고 생각하지만 농구에 더 미칠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