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코트서 빛나는 '토종 에이스'들박철우, 5게임 72득점… 팀 독주 밑거름전광인, 점프력·패기… 공격 성공률 53%신영수·최홍석, 빠른 몸놀림… 퀵 오픈 완벽 소화

박철우/연합뉴스
언제부터인가 '겨울 코트'는 외국인 선수들의 독무대가 됐다. 삼성화재는 레안드로, 안젤코, 가빈, 레오를 앞세워 챔프전 6연패를 이룩했던 것처럼 '우승 청부사'로 데려온 용병들이 공격을 주도하면서 승리를 좌지우지한다.

NH농협 2013~2014 V리그는 어느 시즌보다 용병의 기세가 드세다. 레오(삼성화재), 에드가(LIG손해보험), 마이클(대한항공), 아가메즈(현대 캐피탈), 말로스(한국전력) 등이 득점 랭킹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하면서 '특급 용병'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속에서도 빛나는 토종 에이스들이 있어 코트는 더욱 훈훈하다. 박철우(28, 199cm, 삼성화재), 전광민(22, 194cm, 한국전력), 신영수(31, 197cm, 대한항공), 최홍석(25, 192cm, 우리카드) 등이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오픈 공격만 전담하는 반면 토종 선수들은 다양한 전술을 소화하면서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공격을 할 때는 '쌍포'로 나서고, 수비에선 동료들과 함께 몸을 던져 조직력을 높인다.

한국 배구의 차세대 주역인 전광인은 19일 현재 토종 선수 중 득점 1위(전체 6위)를 달리고 있다. 4게임에서 17세트를 소화하는 동안 총 77점(경기당 평균 19.25점)을 올렸다. 83점을 올리고 있는 팀 동료 말로스와 비슷하게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전광인/연합뉴스
공격 성공률에선 45.59%에 그친 말로스 보다 앞선 53.17%를 기록하고 있다.

전광인은 후위 공격도 즐긴다. 높은 점프력과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시원스레 날아올라 힘차게 스파이크를 하곤 한다. 32차례의 후위 공격 중 18개를 상대 코트에 내리 꽂아 성공률 56.25%. 득점 10걸 중에서 유일하게 세트당 1.65개의 디그를 기록하면서 수비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올 시즌부터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영철 감독에겐 전광인이 보배 같은 존재다. 성균관대 시절부터 태극 마크를 달고 숱한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키워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한국전력은 새내기 전광인의 활약을 밑거름 삼아 2승28패로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 시즌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아직 세터 김영래와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한 위력을 나타낼 것이 분명하다.

삼성화재에는 박철우가 레오와 함께 '쌍포'를 이뤄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박철우는 5게임에서 18세트 동안 총 72점을 올렸다. 박철우는 블로킹으로 17점이나 올려 삼성화재가 4승1패로 1위 독주 체제를 갖춰 나가는데 힘이 되고 있다.

신영수/연합뉴스
박철우도 공격 성공률 52.53%로 '득점 보증수표'임을 입증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는 똑같이 3승2패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승점 10으로 중간 순위 2위에 올라 있고, 우리카드는 현대 캐피탈과 승점(9점)은 같지만 세트 득실율에서 뒤져 4위로 내려앉았다.

대한항공에는 신영수, 우리카드에는 최홍석이 '토종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고 있는 만큼 언제든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영수와 최홍석은 빠른 몸놀림과 재치로 오픈 공격 뿐 아니라 퀵 오픈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영수는 총 72점, 최홍석은 63점을 얻는 동안 나란히 20개의 퀵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만들어 이 부문에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팀의 주축이었던 한선수와 김학민의 군 입대로 올 시즌 고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신영수가 마이클(득점 3위, 144점)과 함께 공격의 쌍두마차로 자리 잡으면서 변함없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최홍석/연합뉴스
우리카드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배구연맹의 관리 구단이었던 드림식스를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해 올해 6월 신생 팀으로 재창단하면서 강만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새로운 마음으로 코트에 서면서 최홍석뿐 아니라 김정환, 신영석 등이 활력 넘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루니까지 예전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 올 시즌 남자부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배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아무리 외국인 선수가 매 경기 코트를 쥐락펴락해도 나머지 5명의 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어울림의 중심에 서 있는 토종 에이스들의 활약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이창호기자 cha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