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측 "편견을 없애는 하나의 방법… 결과 지켜봐 달라"

코리 리오단. 리오단 트위터 캡처
"스탯으로만 평가하는 기존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LG만의 독특한 행보일까, 아니면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일까. LG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일반 기업이 활용하는 면접 방식 중 하나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야구팬이 블라인드 테스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LG 관계자는 13일 한국아이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코리 리오단(28)을 용병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등을 공정하게 테스트하기 위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비교 평가하는 조사다. 상표를 숨기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어떤 음료가 가장 맛있는지 평가하는 식이다. 요즘에는 지원자의 스펙이나 이력 등이 면접관에게 선입견을 심어주는 것을 막고 기업 인재상에 맞는 인성과 소신, 능력만을 평가하기 위해 일반 기업에서도 면접 방법으로 널리 쓰인다. 그런데 야구 구단인 LG가 용병을 채용하는 데 블라인드 테스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 기록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경기의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는 게 바로 야구다. 축적된 기록을 통해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도 있고, 앞으로의 성적도 내다볼 수 있다.

야구를 시작한 후부터 차곡차곡 쌓이는 한 선수의 기록은 그의 가치를 대변한다. 한 선수를 이루는 기록들은 연봉과 직결되기에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선수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추신수(32)가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받기로 하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것도 그의 꾸준하고 안정적인 기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야구에는 변수가 많다. 기록에 남기지 못하는 선수 개인의 인성과 팀의 특성, 동료들과의 조화와 분위기 등 많은 주변 사항들이 기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야구의 용병 역사를 들여다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성적이 좋더라도 한국 야구 문화에 적응을 못하거나, 팀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면 도태됐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커리어가 좋다고 모두 성공한다면 실패하는 선수가 왜 있겠나. 외국인 선수는 신인과 같다"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염 감독의 발언은 LG가 용병을 뽑을 때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이유로 이어진다.

LG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 지시가 떨어지자 투수 스태프들이 오직 투구 영상만 참고해 리오단을 용병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LG 팬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용병을 뽑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리오단은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인 우완 장신으로 비교적 안정된 제구력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경기 기록은 신통찮았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7시즌을 뛰며 통산 43승 47패,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더블A에서는 2승에 방어율 3.14, 트리플A에서는 4승6패에 방어율 6.75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다.

LG 관계자는 한국아이닷컴과의 통화에서 "스탯으로만 평가하는 기존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았다"며 "블라인트 테스트에 대한 팬들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리오단 성적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방식으로 용병을 선택한 LG의 결정이 다음 시즌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한국아이닷컴 조옥희 기자 hermes@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