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따가운 시선…‘반칙’곤란, 수주도 어려워져

대림산업의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재계는 별로 놀랄 게 없다는 눈치다. 대림산업의 담합 적발이 그간 빈번했던 때문이다. 굵직한 국책사업에서 벌어진 담합에서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왔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공정위에서 담합 적발 업무를 담당한 직원을 회사로 영입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의 국내 사업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되면서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끊이지 않는 국책사업 담합

대림산업은 최근 경기 이천 부필ㆍ소고ㆍ송계 공공하수도 사업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1억6,600만원을 부과받았다. 대림산업의 입찰을 돕기 위해 들러리 역할을 한 성지건설에도 8억7,900만원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성지건설은 2009년 2월 환경관리공단이 발주한 이천 공공하수도 사업에서 대림산업이 낙찰 받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성지건설은 대림산업과 미리 약속한 가격대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대림산업은 예정가격 509억8,400만원의 94.88%에 달하는 투찰률로 해당 공사를 따냈다. 성지건설은 ‘지원사격’의 대가로 조달청이 같은해 6월 발주한 ‘올림픽대로 입체화 공사’ 입찰에서 대림산업의 공동수급업체 일원으로 참여했다.

대림산업의 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규모 국책사업 담합마다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로부터 올해 부과받은 과징금만 수백억원대에 달할 정도다. 당장 지난 4월 경인운하 건설과정에서 ‘나눠먹기식’ 담합을 벌이다 적발된 바 있다.

대림산업은 2009년 1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경인운하사업 시설공사 입찰을 앞두고 대우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GS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 영업부장 및 임원급 모임을 통해 공구별로 참가사를 미리 나눠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림산업은 6공구 예정 낙찰자로 참여키로 했다. 경쟁사가 참여하려는 공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피해가는 방식으로 공구를 분할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입찰과정에서 들러리를 세우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공사 입찰담합에 참여한 13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중 11개사에는 9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대림산업에는 149억5,000만원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적발된 기업 중 2번째로 큰 과징금 규모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3월엔 대구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2009년 4월 발주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턴키대안공사 전체 8개 공구 입찰과정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이 일로 대림사업은 총 54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추가 담합과 방패막이 인사 의혹

여기에 대림산업은 최근 김포도시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는 의혹에도 사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씩 짝을 이뤄 총 5구간으로 이뤄진 사업 구간 중 낙찰 받을 공사 구간을 미리 나눈 뒤 한 곳이 들러리를 서줬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다만 대림산업의 경우 해당 공사에 입찰한 타 기업에 비해 의혹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대부분 공구의 투찰률이 90%대인 반면 대림산업이 낙찰받은 3공구는 73% 수준인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과징금은 물론 기업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대림산업이 공정위 담합 적발 업무 담당 직원을 지난해 영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앞으로 있을 공정위의 담합 제재 눈초리를 피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림산업은 공정거래자율규범을 강화하는 차원에서의 전문가 영입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간 재벌기업들이 관가 출신 인사들을 방패막이 내지는 로비스트로 ‘애용’해 온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의심의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실적에 적색등 전망

이처럼 담합 관련 숱한 구설에 휘말리면서 대림산업엔 공정위의 따가운 시선이 꽂히고 있다. 담합을 비롯한 ‘반칙’이 어려움은 물론 공공사업 발주처 역시 대림산업에 선뜻 사업을 내주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내 사업 실적에 적신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잖아도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3,196억원과 순손실 2,985억원 등 어닝쇼크 수준의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우디 쇼와이바 발전소와 사다라 석유화학 플랜트, 쿠웨이트 LPG 가스 플랜트 등 해외 사업장에서 생긴 4,427억원의 손실이 원인이다.

그나마 손실폭이 희석된 건 대림산업의 국내 사업 실적이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외사업 여건이 개선되면서 대림산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46억원과 순이익 273억원을 기록하는 등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5.9%와 77.5% 하락하는 등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공정위 과징금 등 일회성 요인들로 세전이익도 전년에 비해 78.4% 하락한 342억원 수준에 머무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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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