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26일은 한국 골프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K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6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대회에서 전인지(21)가 우승함으로써 한 해에 한국과 미국(US여자오픈) 일본(살롱파스컵)의 메이저대회 3개를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전인지가 올 한해에 이룬 위대한 업적은 한국의 골프사는 물론 세계 여자골프사에 매우 특별한 페이지로 장식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전인지는 세계 여자골프 사상 전인미답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골프선수에게 그랜드슬램은 극소수에게만 허용되는 금단의 영역에 가깝다.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꿈은 꿀 수 있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평생 4대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것)이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것)을 달성하는 선수는 ‘황제’ ‘왕’ ‘영웅’ ‘구성(球聖)’이란 극존칭이 따라붙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랜드슬램은 남자의 경우 마스터즈 토너먼트, US오픈 챔피언십, 디 오픈 챔피언십, PGA챔피언십 등 4대 메이저를 모두 석권하는 일인데 한 시즌에 모두 석권한 경우는 없고 여러 해에 걸쳐 석권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진 사라센(1935년) 벤 호건(1953년) 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까지 5명에 불과하다.

올해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에서 연속 우승한 조던 스피스(22)가 바비 존스 이후 두 번째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의 가능성을 보였으나 잭 존슨이 디 오픈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21세 10개월 25일의 나이에 일군 메이저대회 2연승은 지난 1922년 진 사라젠이 세웠던 기록을 깬 사상 최연소 기록이며 US오픈의 경우 1923년 구성(球聖) 바비 존스 이후 최연소 우승이기도 한다. 한 시즌에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속 우승한 선수는 크레이그 우드(1941년), 벤 호건(1951년), 아놀드 파머(1960년), 잭 니콜라우스(1972년), 타이거 우즈(2002년) 등 5명에 불과하다.

여자의 경우 ANA인스퍼레이션, 위민스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를 시즌에 상관없이 모두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되는데 2013년부터 에비앙챔피언십이 LPGA 메이저대회로 격상됨에 따라 5대 메이저대회 중 네 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 캐리 웹(2001), 아니카 소렌스탐(2003) 등 단 6명이 달성했다. 남녀를 통틀어 진정한 의미의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1930년 영국오픈(디 오픈)과 영국 아마추어챔피언십, US오픈과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모두 석권한 ‘영원한 아마추어’ 바비 존스가 유일하다. 지금의 기준과는 다르지만 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석권한 것은 바비 존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전인지의 한미일 메이저대회 한 해 동시석권은 전설 같은 선수들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세계 3대 여자 골프투어로 인정받는 한미일 3국의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석권한다는 것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메이저대회 석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전인지의 주 무대가 한국인 것을 감안하면 21세의 어린 선수가 낯설고 물선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는 이에 따라 바비 존스가 이룬 업적에 필적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주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전인지가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바비 존스와 대등한 골프역사상 불멸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

전적에 못지않게 전인지가 펼쳐 보이는 골프의 품격은 이미 세계의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빼어난 미모와 건강미를 발산하는 체격,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운 스윙, 품위 있는 플레이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내는 불가사의한 정신력은 함께 플레이이하는 선수들마저 경탄케 할 정도다. 영국으로 날아간 ‘플라잉 덤보’가 골프의 본고장 골프팬까지 매료시키며 새로운 골프 역사를 써가는 모습이 기대된다.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