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들이 서구선수 중심의 LPGA무대에 ‘메기 경보’를 울린 일이 엊그제 같은데 태극낭자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보가 울렸다. 수적으로나 실력으로나 LPGA투어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은 태극낭자들이 강력한 도전자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 LPGA를 주름잡던 서구선수들이 한국선수들에 의해 밀려났듯 태극낭자들이 쉬이 주류를 양보하지는 않겠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무서운 신인’의 등장은 LPGA투어 주류경쟁을 둘러싼 심상찮은 전운을 예고해주고 있다.

미셸 위나 리디아 고, 김효주처럼 최상급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캐나다의 천재소녀 브룩 헨더슨(만 17세10개월)의 LPGA투어 첫 승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15살 때인 2013년 캐나다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하고 2014년 US여자오픈 공동 10위에 입상한 헨더슨은 지난해 9월 여자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그의 존재를 국제무대에 알렸다. 하지만 태극낭자를 긴장시킬 존재로는 인식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 스폰서 초청으로 참가해 공동 33위에 올랐을 때까지는 아무도 ‘차세대 리디아 고’로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윙잉스커츠 클래식과 노스텍사스 슛아웃 대회에 스폰서 초청으로 참가, 비록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한때 선두로 치고 나가며 세계 최강의 언니들을 위협하는 등 돌풍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리디아 고의 전철을 밟기를 갈망한 헨더슨은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회원이 될 수 없다'는 LPGA투어 규약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나 참가한 대회에서의 인상적인 플레이로 대회 스폰서초청 케이스나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할 수 있는 만 18세가 되기 전에 L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고 말겠다는 열망에 헨더슨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초청대회는 물론 월요예선을 거쳐 가능한 한 많은 대회에 참가했는데 드디어 그 결실을 본 것이다. 메이저대회인 위민스 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모두 공동 5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은 그에게 비회원으로 LPGA투어 첫 승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목표로 보였다.

17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컬럼비아 엣지워터CC에서 막을 내린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은 브룩 헨더슨의 천재적 골프자질은 물론 대선수로 롱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해보인 대회였다.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자격을 얻은 헨더슨이 4라운드 내내 펼쳐 보인 플레이는 17세 소녀가 아니었다. 남보다 한 라운드를 더 뛰었지만 체력은 탄력이 넘쳤고 강인한 정신력, 도전정신, 침착성 등 골프가 필요로 하는 장점은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대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그것도 게임 자체를 즐기며 라운드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프로 5년차 이상의 관록이 읽힐 정도였다.

선배들의 눈으로 보면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헨더슨은 공동2위 그룹(장하나, 캔디 쿵, 폰아농 펫람)과 무려 8타 차이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그의 LPGA투어 첫 승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대선배인 모건 프레슬, 크리스티 커, 모 마틴, 오스틴 에른스트, 아자하라 무노스 등은 한참 뒤에 쳐져 있었다.

캐나다 출신 선수로는 진난 2001년 로리 케인 이후 14년 만에 L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8월 캐나디언 여자오픈에서 우승, 만 15세 4개월 2일의 나이로 LPGA 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던 리디아 고, 2011년 16세로 우승한 렉시 톰슨(미국)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시즌 풀 시드권을 확보한 헨더슨은 리디아 고, 김효주, 김세영, 장하나 등과 함께 LPGA투어 신흥세력의 선두그룹에 합세할 것이 확실시된다. 헨더슨에 고무된 많은 신인들의 등장도 이어질 것이니 태극낭자들이 주름잡던 LPGA투어가 전례 없는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변할 전망이다.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