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우리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 팀을 알고 응원하는 것은 차범근 선수가 빼어난 스트라이커로 활약했고 그에 이어 손흥민이 공격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토트넘에 호감을 갖는 것 역시 박지성선수와 이영표선수가 활약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LA다저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응원을 하는 것 역시 한때 박찬호가 활약했던 팀이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류현진이 눈부신 활약을 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추신수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했으니 당분간 독일의 레버쿠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시들해질 것이고 대신 토트넘이 박지성이 뛰던 시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보통의 한국인에게 피츠버그는 미국의 철강도시라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강정호 선수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팀에서 공격수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해적 마크가 친근해 보이고 파이어리츠 팀의 라인업도 낯설지 않다.

국내 스포츠팬이 외국팀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응원하는 것은 결국 그곳에 한국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의 경우에도 지역 연고나 후원기업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나 감독이 있는 팀을 응원하며 팬이 된다.

국가대항전의 경우 당연히 자국 팀 자국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대항전이 아니더라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나와 관련이 많은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결국 어느 선수나 팀에 호감을 갖고 응원하는 심리의 바탕은 개인의 친밀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 민족의식 그리고 개인적 취향 등이 다양한 비율로 뒤섞여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인 셈이다.

미셸 위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LPGA투어와 JLPGA투어에서 주류로 활동하면서 골프팬 역시 늘어나고 있는데 '태극낭자'라는 표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팬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흔히 언론에서는 한국인 선수를 태극낭자라 일컫는데 여기서 약간 혼선이 생기는 것 같다. 한국인 선수를 놓고 엄격히 한국국적의 선수로 제한하기도 하고 한국인 부모 밑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이민 간 교포선수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례적으로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혼혈아의 경우에도 범 태극낭자군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보인다.

가끔 나 관련기사에 이들을 태극낭자에 포함시킨 데 대해 반감을 표현하는 댓글을 보게 된다. 국적이 뉴질랜드이고 미국인데 어떻게 한국인이냐는 것이다.

과연 나 가 한국인이냐 아니냐 따질 수 있을까.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태어난 곳이 한국 또는 하와이라는 것만 다를 뿐 한국인과 무엇이 다를까.

유전학적으로 분명히 한국인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고 정서적으로도 한국인에 가깝고 서투르긴 해도 한국어도 구사할 줄 아는데 이들을 한국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극낭자로 부를 수 없을까.

혼혈아라 해도 어느 한쪽이 한국인이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게 분명한데 태극낭자로 부를 수 없다는 말인가.

태극낭자란 단어에는 한국국적의 선수는 물론 한국 한민족에 뿌리를 둔 후손들을 담을 수도 있지 않을까.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 등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조상으로 둔 동포들을 한국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국인으로만 취급하는 게 온당할까.

요즘 같은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국적의 굴레를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개인이 기량을 겨루는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선수의 국적이 아닌 기량과 매너 개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