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21)의 KLPGA 복귀 소식은 골프팬들에겐 깜짝 놀랄 뉴스다.

신데렐라의 꿈을 안고 LPGA투어로 건너간 백규정이 2년 만에 큰 꿈을 접고 소박한 꿈의 실현을 위해 귀국했다는 것은 큰 성공을 추구하는 프로골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골수팬을 끌어 모을 만한 미모에 뛰어난 기량을 갖춘 백규정은 아마시절의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KLPGA투어에 뛰어든 2014년부터 뭇 골퍼들의 시기를 살만했다.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골프팬들로부터 ‘골프의 여신 아테나’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을 정도라면 백규정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가 전쟁의 여신이면서 다른 여신들의 지배를 받지 않고 갑옷과 투구에 방패와 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처럼 백규정은 여러모로 ‘잘난 골퍼’였다.

2014년 KLPGA투어에 뛰어들자마자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하나·외환은행 챔피언십을 비롯해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그해 신인상을 받고 바로 LPGA투어 직행티켓을 움켜쥔 백규정은 2015년 시즌 LPGA투어의 신인왕을 목표로 삼을 만했다.

주니어시절부터 박세리를 뛰어넘어 ‘여자 타이거 우즈’가 되겠다는 목표를 품어온 그녀는 김효주, 김세영, 장하나, 이정은, 박희영의 동생 박주영, 호주 동포 이민지 등과 함께 벌일 신인왕 경쟁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이처럼 ‘잘 나고 잘 나가는’ 그녀는 동료 골퍼들 사이에선 ‘모난 돌’ 취급을 당하는 억울함도 겪었다. ‘모난 돌’로 비쳤기에 예기치 않은 정을 맞아온 그녀는 국내무대를 벗어나 보다 넓은 무대에서 큰 뜻을 펼치겠다는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LPGA투어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부진의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진은 2016년까지 이어졌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허리 부상까지 겪으면서 스윙감각이 무뎌져 평소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2015년 상금랭킹이 57위에 머물렀고 2016년엔 90위로 쳐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복귀를 작정했다.

3월 파운더스컵과 기아클래식에 이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까지 3경기를 뛴 뒤 LPGA 투어의 시드를 자진 반납했다.

국내 복귀 첫 무대가 지난 4월 13~16일 용인 88골프코스에서 열린 KLPGA 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이었다. LPGA투어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라는 불명예를 날려버리고 싶었겠지만 컷 통과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긋한 자세를 보이며 KLPGA투어로의 복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이후 4월 21~23일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치른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공동 9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의 LPGA투어 생활을 회고하며 “전엔 공만 잘 치면 프로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서 생활하며 선수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생각과 프로다운 행동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팬과 스폰서에게 해야 하는 예절과 매너도 배웠다”고 털어놓는 것을 보면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왔음을 알 것 같다. ‘정 맞는 모난 돌’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도 비친다.

그럭저럭 LPGA투어에 잔류하는 것보다 더 선택하기 어려운 국내 복귀를 결정하고 주저 없이 행동으로 실천한 백규정의 결기(決起)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행운의 티켓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허망하게 4~5년의 시간을 허비하고 돌아와 선수생명을 다하는 예를 보아온 터라 백규정의 지혜와 결단이 더욱 돋보인다.

LPGA투어에서의 성공은 기량은 물론 다른 여러 요소들이 절묘한 연기(緣起)를 이뤄야 한다. 무엇인가가 인연이 닿지 않아 제 기량이 발휘되지 않는데도 넓은 강을 건너겠다고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는 것은 어리석다. 때로는 U턴이 현명할 때가 있다. 이때 U턴은 차선도 되고 어떤 경우 최선도 된다.

스스로 가위 눌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자신의 무대다. 백규정이 미국에서의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고 국내 무대에서 그를 따르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날을 맞기를 기대한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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