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프로골퍼 김찬(27)의 얼굴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일부 언론에서는 점잖게 ‘장군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장군감’으로는 그가 풍기는 이미지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한 사람의 외모를 두고 어떤 틀에 가두어 표현한다는 것은 결례지만 많은 골프팬들이 그에 대해 필자와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면 그의 개성으로 봐도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필자는 지난 여름 이전에는 김찬이란 프로골퍼를 알지 못했다. 지난 7월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GC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 리더보드에서 C. Kim이란 선수를 발견하곤 궁금했으나 TV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아 외국에 사는 한국선수인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그가 한국선수보다 뛰어난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치자 컴퓨터 검색을 통해 대강 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때 처음 그의 얼굴 사진을 접했는데 솔직한 느낌은 ‘산적 두목’이었다. 중국소설 수호지(水湖志)의 무대인 양산박(梁山泊)에나 나올 법한 송강(松江) 수하의 도적 두목이거나 조선조 관군을 괴롭힌 임꺽정이나 장길산을 연상시켰다.

눈 꼬리가 올라간 날카로운 눈, 그 위를 덮은 두터운 눈썹, 턱을 감싼 거뭇한 구레나룻은 영락없이 호랑이 얼굴이었다. 여기에 키 188㎝ 몸무게 105㎏의 거구이니 산적이나 맹수 이외의 다른 이미지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런 그가 지난 5일 끝난 일본 오키나와 현 PGM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JGTO(일본프로골프투어) 헤이와·PGM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지난 5월 미즈노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한 김찬은 7월의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한데 이어 이번에도 우승, JGTO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상금순위도 1위로 올라섰다.

JGTO투어에서의 활약 이전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괴력의 장타자로 스포츠신문 골프란에 화제로 등장할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7월 영국 로열 버크데일GC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은 그가 세계 최고의 장타자임을 증명한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김찬은 4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각 342야드와 336야드를 날려 1,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3라운드에서 334야드를 기록한 더스틴 존슨, 4위는 332야드를 날린 존 람(스페인)이었다.

일본 투어에서의 그의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지난 09월7일 현재 평균 323.2야드로, 미국 PGA투어의 장타부문 1위 로리 매킬로이(316.2야드), 2위 더스틴 존슨(314.3야드)보다도 길다. 유럽 투어에서 470야드를 날린 적도 있다.

그의 외모와 장타만큼이나 골프역정도 이채롭다.

아버지의 학업 때문에 2살 때 하와이로 이주한 그는 12살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아버지를 졸라 아버지가 골라준 코치에게 골프를 배운 그는 금방 탁월한 골프재능을 발휘, 코치가 다른 스승을 찾으라고 놓아줄 정도였단다.

미국에서 골프선수로 성공하려면 많은 대회에 참가해 점수를 쌓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그의 가족은 애리조나주로 이사했다. 주니어선수로 두각을 보여 2008년 캐논컵 주니어챔피언십 대회에 조던 스피스와 함께 서부지역 대표로 선발되어 우정을 쌓기도 했다.

애리조나 주립대를 나온 뒤 그는 세계의 골프투어를 거의 다 섭렵했다. 20대 초반인 2011년부터 캐나다PGA투어인 매켄지투어, 2013년 EPGA(유럽프로골프)투어의 2부인 챌린지투어, 2014년 아시안투어를 거쳐 JGTO투어 Q스쿨 수석합격으로 일본투어에 진출했다.

일본투어 진출 3년 만에 상금랭킹 1위에 오른 김찬의 목표는 이른 기간 내 세계랭킹을 100위권 안으로 끌어올려 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다.

지난 5월 US오픈 일본지역 예선을 거쳐 US오픈에 출전했던 그는 경험부족으로 컷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PGA투어야말로 자신이 갈망해온 무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적두목’ 김찬이 PGA투어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며 지배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통쾌하지 않은가.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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