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① 담배 연기 찌든 경기장 더 이상 안돼

② "욕설 쏟아지는데…아이랑 다시는 안 올 거에요"

③ 불법 반입에 투척까지, 위험에 노출된 경기장

④잠실구장 먹다 남은 음식까지 10톤 쓰레기…안내방송, 분리수거도 효과 없어

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관중석 안팎의 꼴불견 행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한국에서는 경기장 흡연 문제부터 과도한 욕설, 쓰레기 문제 등 볼썽사나운 경기장의 어두운 민낯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번 캠페인이 올바른 관중 문화 조성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네 번째 주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관중석 쓰레기 방치 문제다. / 편집자 주

잠실구장 청소용역업체 A씨의 일과는 프로야구 경기가 끝나는 오후 10시 이후부터 시작된다. 5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한데 모은 뒤, 이를 분리수거해 수거업체에 전달하는 것까지가 일과다.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쓰레기만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로 200개는 나온다. 가득 찬 100리터 봉투 무게가 보통 13kg 정도니, 일반쓰레기만 약 2.6톤에 달한다. 여기에 재활용품은 일반쓰레기보다 부피는 4배, 무게는 2.5배 이상 많다. 프로야구 한 경기를 마친 뒤 모든 쓰레기를 합치면 10톤 가까이 나오는 셈이다.

축구장도 비슷하다. 그나마 다음날 축구 일정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당일이 아닌 이튿날 본격적인 청소 작업이 진행되는 정도만 다르다. 물론 양은 축구장도 만만치 않다. 평균 관중수가 1000명도 채 안 되는 팀조차도 한 경기가 끝나면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로 20개는 나온다.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치우는 첫 과정은 모든 관중석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일. 쓰레기통이 마련되어 있지만, 관중석에 그대로 놓고 가는 관중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직원들에게는 쓰레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다. A씨는 “쓰레기를 관중석에 버리고 가는 관중들이 많다”면서 “쓰레기만 쓰레기통에 넣어줘도 수고를 덜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장·종목 가리지 않고, 남은 음식까지 그대로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수도권의 한 축구장의 경우 응원도구를 자리에 버리고 가는 것은 기본이고, 맥주캔이나 페트병을 시작으로 먹다 남은 컵라면이나 치킨, 피자 등이 버젓이 관중석 바닥에 내팽개쳐 있었다. 일부는 국물이 바닥에 쏟아져 냄새까지 진동했다.

쓰레기통이 부족하다거나, 찾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경기장의 모든 입·출구는 물론 통로 곳곳에 쓰레기통이 마련돼 있었다. 관중 동선마다 여러 개의 쓰레기통을 비치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제자리에 둔 채 몸만 나가는 관중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축구장 상태는 더 심각했다. 심지어 이 경기장에는 반입이 금지된 소주를 버젓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나가는가 하면, 다른 관중석 바닥에는 피우다 만 담배꽁초까지도 쉽게 눈에 띄었다.

야구장 사정도 다를 리 없다. 전광판 등을 통해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안내가 거듭 이루어지지만,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를 자리에 놓고 가는 관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술판을 벌인 흔적이나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 등이 관중석 주변에 가득하다.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씁쓸하다.

무용지물 현수막 전광판 통한 안내들

연령대가 높은 청소 직원들에게는 관중석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것부터가 ‘큰일’이다. 또 다른 용역직원 B씨는 “이렇게 큰 관중석을 돌면서 쓰레기를 주워야 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국물이 있는 쓰레기를 처리할 때는 기분이 참 그렇다”고 씁쓸해했다.

분리수거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분리수거함을 만들어도 쓰레기가 뒤섞이기 때문에 다시 직원들이 일일이 분리해야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그냥 한 곳에만 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중들도 편한데, 분리수거까지 바라는 것도 아닌데도 이것마저도 안 해 주시는 관중들이 있다”고 했다.

쓰레기통에 버려 달라는 관련 안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수막을 통해 쓰레기통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하는 경기장도 있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갈 것을 전광판을 통해 관중들에게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경기 후 관중석을 한 바퀴만 돌아보더라도 일부 관중들에게 관련 안내들은 무용지물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청소하시는 분들이 하소연을 많이 하셔서 안내도 더 신경을 쓴다. 옛날보다는 나아진 것 같은데, 결국은 또 일부 관중들이 문제”라고 씁쓸해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안내 자체가 참 웃긴 일”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일본 관중들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일화가 있다.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역전패당한 뒤 탈락한 상황에서도 쓰레기를 직접 주워 담은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비단 월드컵뿐만이 아니다. 최근 일본 3부리그 현장을 다녀왔다는 K3 한 관계자는 “3부리그인데도 관중이 많은 것에 놀랐고, 관중들이 유료로 쓰레기봉투를 구매해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누워서 침 뱉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면서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관중석 문화만큼은 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안내하고, 또 협조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참 웃긴 일 아니겠느냐”라며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온전히 관중들의 시민의식에 기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명석 스포츠한국 기자 holic@ 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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