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위선양과 문화창달’위해 희생하는 모습 ‘뜨거운 박수’

팀 기여 없이 금메달만 바라보는 병역특례 ‘따가운 눈총’

같은 금메달인데 분위기가 다르다. 손흥민이 주축인 대축구표팀의 금메달은 시청률 60%에 육박할 정도로 열광하며 금메달 순간 전 국민이 얼싸안고 축하해 줬다.

반면 오지환 박해민이 포함된 야구대표팀은 같은 주말 저녁시간대임에도 시청률 20%를 겨우 넘겼고 금메달을 따고도 칭찬 못지 않게 비난 여론도 그치지 않았다.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는 이미 병역특례가 있는 김우진이 병역특례가 없는 이우석을 세트 스코어 6-4로 이기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미 상무에 입대한 이우석은 이등병 궁사였고 조기전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음에도 ‘정정당당한 승부’를 했다. 하지만 이긴 김우진도 후배 이우석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냥 웃을 순 없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모든 남자에게 20대는 아까운 시간이지만 운동선수에겐 직업 특성상 더 그렇다. 이 때문에 현행 ‘올림픽 동메달 이상-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정된 병역특례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오지환은 상무에 입대하지 않은 채 버텨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바라봤기에 국민적 비난이 컸다. 반면 손흥민은 아직 상무 입대전에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 끝에 병역특례를 받아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병역특례에 국민적 비난과 찬사가 동시에 오간다. 야구대표팀 등의 논란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병역특례 개선 혹은 폐지에 대한 의견이 활발하다.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지금, 왜 병역특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지, 개선된다면 어떤 식으로 되어야 할까.

▶1990년 이후 개정되지 않은 법, 28년의 묵은 때 벗겨야

1973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제정된 병역특례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4주 훈련만 받고 나머지 복무기간은 자신의 해당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체해주는 제도다. 즉 ‘면제’가 아닌 ‘대체 복무’로 예술·체육요원으로 분류된다.

체육의 경우 1990년 현재의 아시안게임 1위, 올림픽 3위 이상으로 개정된 이후 28년간 사실상 변동이 없다. 반면 예술계는 국제음악경연대회 인정대회를 2015년에도 축소 재정비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정 중이다.

결국 체육계는 28년이나 묵은 병역법을 현대에 맞게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당시에는 아시안게임 1위와 올림픽 3위 이상이 국위선양의 기준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국위선양은커녕 국민들조차 아시안게임 1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파다하다.

일각에서는 ‘운동선수나 예술인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평등한 20대를 보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개정될 필요성은 충분하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위해 존재하는 병역특례법

병역특례법이 왜 존재하는지 봐야 한다. 병무청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 체육 특기자에 대하여 군복무 대신 예술 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은 완전히 다른 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보자. 세계 최고인 유럽 빅리그에서 통산 300경기 이상 출전하고 100골 가까이 나선 손흥민이 국위선양을 한 걸까, 아니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실력이 부족함에도 좋은 말과 동료 덕에 금메달을 차지한 정유라가 국위선양을 한 걸까.

정유라가 남자였다면 병역특례를 손흥민보다 먼저 받았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한국’ 혹은 ‘한국 축구’하면 손흥민밖에 알지 못할 정도인데 말이다.

더 범위를 넓혀 문화계로 가보자.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빌보드 차트에서 핫200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콘서트만 하면 5만~6만명이 들어서는 것은 일도 아닌 방탄소년단이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한 것일까, 아니면 일반인들에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악기와 콩쿠르에서 입상한 연주자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힘쓴 것일까. 대중음악은 클래식음악보다 낮은 단계인가.

이처럼 모호하면서도 어쩌면 냉정하게,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의 기준은 시대가 바뀌며 변했다. 국위선양과 문화 창달을 한 개인에게 병역특례를 줄 것이라면 올바르게 그 범위가 적용돼야 한다. 단순히 체육계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계에도 적확한 병역특례법 신설이 필요한 이유다.

▶마일리지제, 각 업계에서 공인된 기록 인증제 등

그렇다면 어떻게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하면 좋을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마일리지제다. 올림픽 4위라도 점수를 줘 올림픽 4위를 여러번 하면 병역특례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서두에 언급한 이우석은 2위라 아쉽게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또 도전할 동력을 얻게 된다.

또 다른 의견은 병역세를 내게 하자는 것도 있다. 막대한 연봉을 받는 스포츠 스타의 경우 역시 거액의 병역세를 내고 특례를 받는 것이다. 논란이 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각 업계에서 인정받는 시상식, 대회 등에서 얼마나 우수한 성적을 거뒀는지를 보자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음악계의 경우 빌보드 차트, 영화계는 아카데미나 국내의 경우 대종상 시상식, 누적 관객수, 야구계의 경우 메이저리그 출전수 등 각 업계마다 인정하는 높은 난이도의 기준을 만들어 이를 넘길 경우 병역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대체복무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실무단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이 실무단에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제 개선 문제까지 다룰지 내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역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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