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코치에서 단장으로의 파격적인 인사. 2019시즌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나란히 KT 이숭용(48) 단장에게 향했다.

이숭용 단장 역시 주변에서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순간 바뀐 역할에 적응하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당연히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단장 선임 약 3개월에 접어든 현재는 앞날의 일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과감하게 부딪히며 본인과 팀을 성장시키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뒤바꾸겠다는 2019시즌 그의 다짐을 조금 더 자세히 들어봤다.

▶“이강철 감독님과는 한마음, 끊임없는 소통 추구”

“이제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있었죠. 하지만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고, 또 많은 것을 공유해나가면서 이제는 ‘이분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10월 KT 창단 이후 처음으로 야구인 출신 단장에 취임한 이숭용 단장은 그동안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프런트의 길을 걷는 것이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서 두려움을 극복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강철 감독과 여러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는 것 역시 그에게는 큰 힘이 됐다.

“감독님은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이가 컸던 부분, 때문에 어떻게 하면 백업 선수들의 기량을 조금 더 올라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셨는데 저 역시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결국 육성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특히 투수 쪽 육성의 틀을 가지고 계시고, 히어로즈와 두산에서 수석코치 경험을 해보셨기 때문에 팀을 잘 맡아서 끌어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직까지 별다른 의견 차이가 나타난 적이 없었을 만큼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바라보는 지향점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이 단장은 무엇보다 이 감독이 사소한 부분까지도 본인의 생각을 먼저 공유하고자 하는 부분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늘 소통을 하고 공유를 한다는 점에서 감독님과의 대화 자체가 늘 유익하고 좋습니다. 앞으로 더욱 같은 곳을 바라보고 순조롭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죠. KT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 저 역시 끊임없이 감독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유니폼 뒤 이름보다 유니폼 앞 로고가 우선”

KT를 원팀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면서 이숭용 단장은 선수부터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단이 유니폼 뒤에 있는 이름보다 앞에 있는 로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KT라는 팀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역시 명문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인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숭용 단장은 이강철 감독 뿐 아니라 작은 일 하나를 결정할 때에도 팀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팀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의논하고 있다.

“남들은 저를 인상부터 강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웃음). 하지만 프런트로 온 뒤에는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방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의견 하나로 끝나면 안 되고 많은 생각들이 모여야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때로는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생각이면 그대로 안주할 때가 있지만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모두가 공부를 해야 하니까요. 모두에게 ‘눈치 보지 마시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숭용 단장은 약 5년 간의 1·2군 KT 코치 시절 프런트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자세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때문에 단장이 된 이후로는 코칭스태프에게 강요가 아닌 권장의 형태로 좋은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생각의 교류를 통해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적의 서포터가 되겠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뿌리를 찾게 해준 KT, 반드시 명문팀으로 이끌 것”

이숭용 단장은 현역 시절 18시즌 2001경기를 뛰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적을 하지 않았다. 이는 KBO에서도 인정한 최초의 기록이다. 단 태평양, 현대, 우리, 히어로즈, 넥센 등 팀명 및 유니폼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다.

이숭용 단장 개인적으로는 원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며 자부심을 가지고 뛰었다. 하지만 팀에 확실한 뿌리가 없었기에 원클럽맨 여부 논란이 나올 때에는 내심 상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 박한이, LG 박용택 등이 때로는 부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KT가 그에게 코치직을 처음 맡기며 야구 인생 2막에 새로운 뿌리를 심어줬다. 당시 신생팀이었던 KT와 함께 성장하며 팀을 명문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가슴에 품었던 이 단장은 그 꿈을 더욱 활짝 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밤낮으로 열심히 뛰며 구단의 배려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물론 많지 않겠지만 계속 부딪히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며 공부하려고 합니다. 제가 단장이 되면서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신껏 최선을 다해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선수단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 ‘우리 KT가 달라졌다’는 말을 반드시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팬들께서도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과 격려, 때로는 질타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대웅 스포츠한국 기자

이숭용 단장의 인터뷰 전문은 <스포츠한국> 홈페이지 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