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스윙’ 최호성(45)이 처음 출전한 PGA투어에서 컷 통과에 실패했지만 미국 골프 팬들의 마음을 낚는 데 성공했다.

최호성은 2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 3라운드에서 5오버파 77타를 쳐 사흘간 합계 9오버파 224타로 컷 통과 기준인 3언더파에 못 미쳐 4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출전 선수 156명 중 공동 138위다.

비록 컷 통과는 못했지만 보름 남짓의 미국 여행에서 그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탐험하는 귀한 기회를 가졌다. 귀국을 위해 짐을 싸는 그의 심정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서 깨어난 허탈함과 아쉬움을 떨칠 수 없을 테지만 골프의 신세계를 경험한 흥분과 환희는 긴 여운으로 그의 골프 여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72, 75, 77타. 난생처음 낯선 곳에서 흥분에 휩싸여 플레이한 셈 치고 그의 스코어를 실망스럽게만 볼 것은 아니다. 그와 함께 3라운드 합계 9오버파를 기록한 선수의 면면을 보면 선전한 셈이다. 소문난 장타자 J.B.홈즈, 우리 귀에도 이름이 낯설지 않은 로드 팸플링, 체슨 하들 리가 최호성과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냉정하게 봐서 그의 컷 통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무대인 데다 내로라는 세계적 유명선수들과 미국의 각계 저명인사들이 출전하는 명문대회에 초청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의 평소 경기 리듬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특이한 스윙 탓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게 돼 있고 자신도 이런 기회에 뭔가 한번 제대로 보여주자는 욕심이 일면서 아드레날린이 왕성하게 분비될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는 동반자들과 격의 없는 공감대를 유지하며 유쾌하게 경기를 펼쳤고 갤러리들의 환호에도 친절하게 반응할 줄 알았다. 외마디 수준의 영어실력이 그의 친화력 발휘를 방해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소중한 것은 골프세계에 대한 새로운 눈뜸인 것 같다. 특히 그를 대하는 미디어와 골프 팬들의 따뜻한 시선에 감동을 느끼는 분위기다.

그를 소개한 PGA투어닷컴의 칼럼니스트 마이크 매컬리스터의 칼럼 ‘Unique in many ways’는 한 골프선수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칼럼은 어부 아버지와 해녀 어머니를 둔 그의 어려운 가정환경, 어릴 적부터 바다와 친해 뱃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그의 학창시절, 졸업을 앞두고 생선 가공공장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당한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사고, 이후 생계를 위해 온갖 험한 직업을 전전한 인생유전, 뒤늦게 골프장에 일자리를 구해 골프를 접하게 된 사연, 골프잡지를 보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혀 프로선수가 된 과정, 지금의 낚시스윙을 익힐 수밖에 없는 사연 등을 담담하게 전한다. 매컬리스트는 “그의 독특한 골프스윙보다 그의 인생행로가 더 유니크하다”며 유별난 그의 스윙이 아닌 그의 인생행로에 포커스를 맞추어 그를 감동적으로 소개했다.

그의 스윙을 놓고 유명선수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분위기, 있는 그 자체로 인정하는 선수들의 열린 자세에도 상당히 고무된 듯하다.

타이거 우즈는 “최호성의 스윙은 놀랍다”며 “그의 스윙을 보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아플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조던 스피스는 “그 스윙을 직접 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나는 그의 팔로스로우 동작 후에 웃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로리 맥길로이는 "임팩트 구간까지 그는 기술적으로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분명 아주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스윙을 지녔다고 해서 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있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낚시스윙’을 좋게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그도 잘 알 것이다. 솔직히 누구에겐가 스윙을 가르치면서 그의 스윙을 따라하라고 추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스윙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 최호성에게 자신의 스윙에 대한 개인적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그대로를 너그럽게 봐주는 PGA투어의 분위기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의 스윙을 보는 골프 팬들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는 분명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는 경박스러움, 진지함의 결여, 억지, 과잉표현, 헐리우드 액션 등의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겠지만 골프 팬이나 미디어가 이런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것이다.

그를 페블비치로 초청한 것도 다양한 눈요깃거리 제공을 통한 갤러리 증대 효과, 현장 분위기 상승효과를 기대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표면적으로는 다양성의 발견 혹은 개성 존중 등으로 표현하는 세련된 골프문화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밖에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갤러리들, 그를 배려하며 즐겁게 라운드를 할 줄 아는 동반자들의 성숙한 자세, 놀라움을 자아내는 골프장의 각종 시설, 선수에 대한 배려 등에 마음을 홀딱 빼앗긴 듯하다.

뒤늦게 골프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기회만 되면 PGA투어에서 뛰겠다는 그의 간절함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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