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

절실함이 느껴진다.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안고 뛰었다. 이를 악물고 참으며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은 올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됐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1월 태국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본선 출전 티켓을 따냈다. 그 중심에 주장 김연경이 있었다. 지난 2005년 만 17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뛴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에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선물했다. 진통제 투혼도 마다하지 않은 그다. 태국과의 결승에서 홀로 22점 맹활약을 펼친 김연경은 마지막 게임 포인트를 자신의 손으로 따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김연경은 포효했고 함께 뛴 동료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펑펑 울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김연경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쿄올림픽을 기다렸다”면서 “이번에는 예감이 좋다. 마지막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라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 김연경은 메달이 고프다

간절한 이유가 다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4년이 넘도록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월드클래스’ 김연경이 대표 선수로 뛰면서 그나마 메달권에 근접했지만 매번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본선 진출 실패, 2012년 런던 올림픽은 3, 4위전에서 일본에 패하며 메달을 목전에서 놓쳤다. 그리고 2016년 리우 올림픽은 8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연경은 모두 8경기를 뛰며 207점을 따냈다. 경기당 26득점에 가까운 맹활약을 선보이며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그럼에도 숙적 일본에 패하며 4위에 그쳤다. 오는 2024년 파리올림픽의 경우, 김연경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출전이 쉽지 않다. 사실상 이번 도쿄가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에서 김연경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가 걸어온 길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를 시작한 김연경은 세 번의 챔피언 우승을 이끌어낸 후, 2009년 일본 JT 마블러스를 발판 삼아 세계로 뻗어나갔다. 2011년부터 여자배구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뛰었고, 2017년에 중국 상하이, 그리고 2018년에 다시 터키로 돌아가 엑자시바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수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김연경은 목마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은 한국의 리더이자 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춘, 모두를 똘똘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올림픽 메달뿐이다.

한국은 김연경의 팀?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올해 한국 여자배구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김연경 ‘원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부터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라바리니 감독의 지휘 하에 한국은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리베로와 세터를 제외,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임하는 일명 ‘토털 배구’를 앞세워 어느 팀과 맞붙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렸다. 보다 빠르고 힘이 넘치는 배구를 앞세워 이번 도쿄올림픽 예선에서도 홈팀 태국을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김연경의 존재감이 여전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 수준은 아니다. 부담이 줄었다. 김연경의 자리를 채울 공격수로 김희진(IBK기업은행)에 이어 이재영(흥국생명)의 실력은 이제 완벽하게 만개했다. 더불어 강소휘(GS칼텍스)까지 합류하면서 공격 루트가 확실히 다양해졌다.

이재영의 쌍둥이 자매인 세터 이다영은 현재 V-리그에서 소속팀 현대건설의 주전 세터 겸 대표팀 선수로 뛰면서 실력이 급성장했고 라바리니 감독의 지휘 하에 폼까지 수정하며 실력을 가다듬은 센터 양효진의 블로킹은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이번 도쿄야말로 절호의 찬스다.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홈팀 일본(세계랭킹 7위), 세르비아(3위), 브라질(4위), 도미니카(10위), 케냐(19위)와 함께 예선 A조에 편성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부상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김연경은 소속팀 연봉 삭감이라는 결정을 내릴 만큼 이번 올림픽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연경은 “사실 소속팀 리그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대표팀에 맞춰 몸 상태를 유지했다.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라며 “B조보다는 해볼 만한 것 같다. 하지만 8강 이후에는 똑같기에 자만하지 않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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