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키움 타순 핵'… 오승환 '삼성 복귀'

키움 이정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KBO리그가 출범 39년 만에 처음으로 5월 개막에 나선다. 시즌이 한 달 넘게 미뤄지긴 했지만 도쿄 올림픽이 1년 뒤로 연기되면서 일정에 숨통이 트였다.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한, KBO리그는 팀당 144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막전이 열린다. 일단 무관중으로 시작하지만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관중 입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KBO리그를 향한 팬들의 관심은 여전하며 선수들 역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새롭게 맞는 2020시즌,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저마다 확실한 보증수표 한 장씩을 보유하고 있다. 성적의 변수가 아닌 상수다. 팀 운명을 쥐락펴락할 각 팀의 핵심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올해도 두산-키움-SK 3강 체제, 누가 핵심인가

챔피언 두산은 고민 하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 4번 김재환(32)이다. 2018시즌 44홈런을 쳐내며 정규시즌 MVP에 올랐지만 작년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타율은 2할8푼3리로 추락했고 홈런은 15개에 그쳤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을 감행했지만 무응찰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 연습경기도 대타가 전부다. 김태형 감독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는 "타자들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는 올라온 것 같지만, 김재환이 4번 자리에 가야 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두산 타선의 핵심은 어쨌든 김재환이다. 키움은 작년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다. 흐름을 타면 무섭다. 그 중심에 이정후(22)가 있다. 공을 맞히는 컨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더 대단한 것은 매년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이다. 작년에 안타 193개(리그 전체 2위)를 쳐내며 타율 3할3푼6리를 찍었다. 프로 3년 차에 벌써 안타 535개를 완성했다.

키움에서 이정후는 타순의 핵심이다. 이정후 본인도 "작년보다 더 잘하는 것만 생각 중이다. 타순 역시 (김)하성이 형 뒤에 있거나 (박)병호 선배 앞에 위치하면 나랑 승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는 득점권에서 최대한 타점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당당히 키움의 해결사가 되고 싶다는 이정후다. SK는 작년 정규시즌 우승을 목전에 두고 와르르 무너졌다. 절치부심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상당하다. 문제는 팀을 상징했던 왼손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로 떠났다는 점이다. 공백을 채울 외인 선발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 외인 닉 킹엄(29)이다. 연습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5월 5일 kt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염경엽 감독은 "킹엄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자체 청백전에서도 생각보다 더 높게 평가가 됐다. 구속이 좀 더 올라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킹엄이 김광현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까. LG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는다. 1994년 이후 우승이 없지만 올해를 적기라 보는 이들이 많다. 탄탄한 투수진은 그대로 유지, 야수진에 큰 전력이 더해졌다.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38)를 영입하면서 약점이었던 2루를 채웠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구관이 명관이다. 타격에서는 기존 정주현의 아쉬움을 확실히 달래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근우도 마지막 팀이 될 수 있는 LG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픈 마음이 크다.

삼성 오승환

돌아온 오승환과 메이저 꿈꾸는 양현종, 거인 변신 안치홍은 대박 날까

NC는 주축 나성범(31)의 빈자리가 컸다. 가을야구 막차를 타긴 했지만 나성범은 작년 5월 3일 KIA 전에서 주루를 하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곧바로 수술 및 재활에 들어갔고 올해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 4월 27일 KIA와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나왔다. 이동욱 감독은 "수비는 베이스러닝이 완벽할 때 들어갈 예정이다. 나성범이 라인업에 들어오면 다른 선수들에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kt 강백호(21)는 작년 타율 3할3푼6리 147안타 13홈런을 쳐내며 2년 차에 핵심 타자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야 수비가 불안했던 강백호를 1루로 보내면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챙기는 파격적인 방안을 택했다. 팀 라인업도 더욱 탄탄해졌다. 이 감독은 "외야보다 1루가 타격을 하는데 있어 더 유리하다. 포수 출신이라 공을 피하지 않고 센스도 있다"라고 만족하기도 했다. 올해 kt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선수가 바로 강백호다. KIA 에이스 양현종(32)은 KBO리그에서 이룰 건 다 이뤘다. 작년 초반의 난조를 딛고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따냈다. 올해를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예고했다. 외인 감독 맷 윌리엄스 체제하에 올해 성적에 따라 그의 미국 진출 가능성도 판가름 날 수 있다. 양현종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38)이 합류했다. 작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KBO리그에 돌아왔다. 팔꿈치 수술도 받았고 평가전에 나와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해외 원정도박파문으로 인해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 중이다. 6월 중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인다. 본인도 인내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승환이 합류한 삼성 불펜진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한화는 정은원(20)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 주전 2루수로 뛰며 142경기 471타석을 알차게 소화했다. 올해는 돌아온 이용규와 1번 타자 경쟁에 돌입한다. 한용덕 감독은 경험이 많은 이용규에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이지만 정은원 역시 언제든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체력적인 부분과 꾸준함이 더해진다면 정은원은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내야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꼴찌 롯데는 FA로 데려온 2루수 안치홍(30)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안치홍의 합류로 롯데는 내야진의 안정감과 타선의 견고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겼다. 연습경기부터 맹타를 과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KBO리그 최초로 옵트아웃 계약을 단행한 성민규 단장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