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연장 첫 홀에서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김효주 프로.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경기는 갤러리가 없어도 흥미진진하다. 선수들은 박수와 환호가 없는 경기가 낯설겠지만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골프 팬들로선 재미의 강도가 결코 덜하지 않다. 갤러리들의 영향 없이 자신만의 고고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선수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도 전율처럼 전해진다.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 탓이다.

KLPGA투어를 뛰는 선수들의 기량이 수준급인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아 LPGA투어와 JLPGA투어에서 활약하던 한국선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외국 선수만 없다뿐이지 사실상 세계수준의 대회다.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치러진 KLPGA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회 중단으로 경기를 접할 수 없었던 골프 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5월 열린 KLPGA 챔피언십, E1 채리티오픈에 이어 6월 4~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은 한국이 품고 있는 무한한 여자골프의 금맥을 확인시켜 주었다. 앞서 쟁쟁한 해외파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서도 프로 전향 2년 차의 박현경(20)과 5년 차 이소영(23)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는 것은 국내 리그의 수준을 짐작케 해준다.

LPGA투어의 김효주(25)와 김세영(27)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동타를 이뤄 연장전 끝에 김효주가 우승을 차지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도 LPGA투어와 KLPGA투어 선수들은 막상막하의 기량으로 골프 팬들을 매료시켰다. LPGA투어의 맏언니 지은희(34)가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치며 한진선(23)과 함께 공동선두에 오르는 등 전 라운드를 통해 해외파와 국내파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 이정은6(24) 등이 아직 조율이 덜 된 모습을 보였을 뿐 해외파 국내파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마지막 홀 버디 퍼트에 실패해 연장전 기회를 놓친 오지현(24), 대선수들과 마지막 라운드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한진선(23),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쳐 코스레코드 타이를 이룬 홍란(34)을 비롯해 황정미(21), 최혜진(21), 이소영, 임희정(20), 이소미(21), 안나린(24), 이다연(23), 김소이(26), 조정민(26), 김아림(25), 유해란(19) 등에 골프 팬들의 시선이 쏠릴 만했다. 역시 김세영과 김효주의 대결이 볼 만했다. 도발적이고도 극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을 거느린 김세영과 부드러운 스윙의 대명사 김효주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엮었다는 것 자체가 극적이다. 공동 4위로 출발한 둘은 챔피언조 바로 앞에서 경기했다. ‘역전의 마술사’ 김세영은 주술이 통할 듯한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왔고, 김효주는 빨간색 상의로 김세영의 주술을 방어하는 분위기였다.

김세영은 그동안 보아온 그대로의 김세영이었으나 김효주는 옛날의 김효주가 아니었다. 버들가지처럼 나긋나긋한 몸으로 한없이 부드러운 스윙을 뽐내던 김효주가 확 변해서 나타났다. 샷은 여전히 부드러우나 임팩트가 실렸다. 수줍은 소녀처럼 다소곳하기만 하던 행동거지도 달라졌다. 동반자들과 밝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차 있었다. 비거리의 한계로 부담을 느껴온 김효주는 지난겨울 이후 코로나 사태 기간 내내 체력보강을 중심으로 한 집중훈련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LPGA투어가 재개되면 그에게 다시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동안의 KLPGA투어 경기를 보며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대어들은 넘쳐나는데 놀 물이 좁다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얼굴에서 대해(大海)를 그리워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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