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허삼영의 '데이터야구'와 롯데 허문회의 '멘탈야구'/허삼영 대타 타율 0.314… 허문회 끝내기패 7번/허문회의 롯데 '관리야구'와 휴식으로 후반기 반등가능성/허삼영의 삼성, 2군활용에 적극적이라 호평

60경기. 프로야구 시즌도 벌써 40%를 넘긴 가운데, 같은 ‘허 씨’ 성을 가진 초보 감독들의 중간 행보가 연일 화제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두 감독의 행보는 다르다. 두 감독의 부임 당시 삼성과 롯데가 ‘데이터 야구’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상이 컸다. 전력분석팀에서 20년 간 몸담았던 허삼영 감독과 데이터 야구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던 허문회 감독이 부임했기 때문.

하지만 60경기가 지난 현재 두 감독의 행보는 전혀 다르다. 초반 하위권을 전전하던 삼성이 6월 들어 반등을 거듭하다 중위권에 안착한 반면, 시즌 시작과 함께 5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던 롯데는 어느새 7, 8위 하위권까지 떨어졌다. 경기 차는 많이 나지 않지만 두 감독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다. 두 감독의 어떤 점이 초반 성적과 평가를 갈라 놓았을까.

허문회 롯데 감독.
’허파고’ 허삼영의 데이터야구-‘경계 허문’ 허문회의 멘탈야구

우선 두 감독의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삼영 감독은 전력분석에 잔뼈가 굵은 감독답게 철저한 ‘데이터 야구’로 팀을 꾸리는 한편, 허문회 감독은 데이터보다 소통과 체력을 강조하는 ‘멘탈 야구’로 시즌을 치러왔다.

세밀한 작전 야구에서는 허삼영 감독이 앞선다는 평가다. 허삼영 감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과 작전 야구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60경기를 기준으로 무려 59개의 다른 선발 라인업을 사용하는 ‘팔색조 라인업’으로 성공을 거뒀고, 대타 성공률 역시 대타 타율 3할1푼4리(리그 2위)로 높아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수많은 데이터와 선수 파악에 능하다는 이야기.

허삼영 감독의 데이터 야구를 바탕으로 삼성은 55경기 만에 30승을 달성, 2015년(55경기) 이후 가장 빠른 시점에 30승 고지를 밟는 기쁨을 맛봤다. 덕분에 허삼영 감독은 ‘허파고(허삼영+알파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반면, 허문회 감독의 작전 야구는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아쉬운 선수 기용으로 상승세의 흐름을 끊은 경기가 많았다.

대타와 대주자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고, 마무리 김원중을 아끼고 아끼다 중간 애매한 상황에 투입시키는 아쉬운 기용 논란과도 마주해야 했다. 올 시즌 끝내기 패배가 7번이나 되는 것도 작전이 그만큼 세밀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현재의 성적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휴식을 강조하는 세심한 ‘관리 야구’로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했고,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유를 주면서 부담감을 지워주는 ‘멘탈 야구’로 후반기 반등의 여지를 비축해놨기 때문이다.

섬세한 작전 야구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 후반기에 작전 야구와 선수들의 비축한 체력까지 합해진다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허문회 감독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
극과 극 ‘퓨처스 활용법’, 적극적인 허삼영과 소극적인 허문회

하지만 두 감독의 성향에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퓨처스 활용법’이다.

허삼영 감독은 퓨처스 팀, 즉 2군을 적극 활용한다. 시즌 초반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때문에 생긴 고육지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진하거나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은 주저 없이 2군으로 내려 보내 조정 기간을 갖게 한다.

하지만 무작정 보내는 것이 아니다. 허삼영 감독은 선수들에게 보완점을 확실하게 일러주고 2군으로 내려 보낸다. 1군에 올릴 때도 냉정하다. 확실하게 감이 올라와야 1군에 올린다는 주의다.

효과는 확실하다. 주장 박해민을 비롯해 강민호, 김동엽, 이성곤 등 2군에 다녀온 선수들이 이전과 확 달라진 모습으로 올라와 1군에서 맹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져 준 허윤동 역시 2군에서 발굴한 선수.

삼성은 2군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덕에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에도 큰 문제없이 팀을 꾸리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롯데 허문회 감독은 2군 자원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 허 감독은 올 시즌 57경기에서 총 29번(더블헤더 특별엔트리 제외) 엔트리를 변동했는데, 그 가운데 대부분이 부상(12번)과 선발 투수 등록(6번)을 위한 등말소였다.

여기에 선수들이 회복되면 빠르게 1군에 콜업시키기에 2군 선수들이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거나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강로한(2군 타율 0.190)이나 김민수(2군 타율 0.333), 박명현(2군 ERA 1.89), 정태승(2군 ERA 0.69) 등 퓨처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도 1군에서 적은 경기에 나서거나 콜업 기회 자체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물론 허문회 감독도 매일 점심 때 스태프들에게 보고를 받아 2군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2군 선수들의 기회 부여는 여전히 요원하다. 1군 체력 비축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허문회 감독이기 때문이다.

2군 활용법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2군 활용에 적극적인 삼성의 상승세 분위기가 더 오래 갈 것이라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1군 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부상이나 부진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당장의 롯데 성적만을 보고 허문회 감독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60경기가 지난 현재 허문회 감독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 30경기 씩 변화를 생각하는 허문회 감독의 철저한 계획 속에 '8월 반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롯데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상승세에도 허삼영 감독은 자만을 경계하고 있고, 부진에도 허문회 감독은 반등을 자신하고 있다. 정작 두 초보 감독들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는 중. 두 초보 감독들이 앞으로 마주할 숱한 기회와 위기를 어떻게 이어가고 넘길지 주목되는 시즌이다.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