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겨울 스포츠 시즌

지겹다. 언제까지 ‘농구대잔치’ 때를 회상하며 농구의 부활을 얘기해야 할까. 같은 겨울스포츠인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세계 최고의 배구스타까지 가세하며 확실한 겨울스포츠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모양새다.

프로농구는 9일(남자)과 10일(여자) 개막했고, 프로배구는 17일 개막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막하는 농구-배구에서 진정한 겨울 스포츠의 강자는 어떤 종목이 될까.

관중은 농구, 시청률은 배구였는데… 코로나19에선?

전통적으로 관중은 농구가, 시청률은 배구가 앞서던 게 겨울 스포츠의 희비였다.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2018~2019시즌의 경우 평균 관중수가 2829명이었고 지난시즌은 3131명이었다. 반면 배구(남녀 통합)는 2019년 2535명(문체부 자료)이었다.

하지만 시청률에선 큰 차이가 난다. 2018~2019시즌 농구는 0.18%의 시청률에 그쳤지만 프로배구는 0.9%가 됐다.

지난시즌에는 프로농구가 많이 반등해 0.3%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자배구는 평균시청률이 1%가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남자 배구 역시 0.83%로 농구와 비교해 2~3배 이상의 평균시청률 차이를 보일 정도로 국내에서 배구가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것은 꽤 됐다.

사실 농구의 시청률은 2010~2011시즌만 해도 0.38%를 기록했지만 2018~2019시즌에는 0.18%까지 반토막나는 수모를 겪었다. 관중도 2014년 평균 4450명까지 기록했지만 지금은 3000명 수준이다. 2m가 넘는 외국인 선수는 뛸 수 없는 요상한 규정이 생겼다 사라지는 등 오락가락 행정에 농구 수준 저하, 지나치게 많은 외국인 선수(5명중 2명), 국제성적 저조 등의 많은 이유가 시청률 반토막을 만들었다.

농구와 배구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한다. 관중에 자신 있어 하던 농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농구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마저 농구를 도와주지 않는 모양새다.

게다가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가 돌아왔는데 여자농구는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운영하겠다는 수준저하가 불가피한 선택까지 했다.

김연경. 연합

허훈. 연합

흥행카드, 배구에는 김연경, 농구에선 허훈 이외 안 보여

비시즌 동안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이자 지난시즌 리그 MVP였던 허훈은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농구 홍보를 했다. 현역임에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방송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분명 떨어진 농구 인기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됐다.

하지만 냉정하게 허훈과 김연경의 인지도 차이는 엄청나다. 김연경은 단순히 배구를 넘어 손흥민-류현진 수준의 국민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방송사 섭외 1순위며 유튜브 채널 역시 50만명 이상의 구독자로 4대 프로스포츠 남녀 종목을 모두 합쳐도 김연경 한 명의 유튜브 구독자에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배구 이다영-이재영 자매에 대한 인기도도 상승해 두 선수는 자동차 CF까지 찍기도 했다. 그나마 허훈이 있지만 이외에 농구에서 어떤 선수도 대중적 인지도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농구에 있어 악재다.

하지만 김연경이 페이컷 논란 속에 흥국생명을 갔고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이 예상되기에 오히려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 여자배구에 대한 인기가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회의 틈이 생길 때 농구가 어떻게 파고들지가 관건이다.

농구, 이대로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KBL관계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많은 고민이 있다.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구독자수도 30%이상 증가했지만 유튜브 구독자수도 배구에 비해 농구는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구는 남자부와 여자부가 쌍끌이가 가능하지만 농구는 여자농구가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점도 농구입장에선 마이너스다.

지난시즌 전주KCC 선수단이 어린이 팬의 응원을 무시하고 가는 영상이 큰 논란을 빚었고, 유일한 NBA출신인 하승진이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영상을 올린 것이 3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로 팬들의 큰 공감을 얻었음에도 농구계에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시대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농구가 살아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죽을 것인지(Dead or Alive)를 결정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중수에 자신 있어 하지만 ‘직관’이 사라진 상황에서 오직 시청률과 뉴미디어 관심도만이 인기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농구 입장에서는 ‘김연경’이라는 거대한 산까지 생긴 상황에서 이대로 누르기를 당하고 있을지, 아니면 반등해 ‘살아났다’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