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나성범, 메이저리그(MLB) 도전 공식화

올 겨울, 유독 분주한 두 선수가 있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노리는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과 나성범(31·NC 다이노스) 이 그 주인공이다. 김하성을 감싸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MLB 공식 홈페이지 선정 올 시즌 FA(자유계약 선수) 톱10에 포함되는 등 현지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나성범에 대한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무릎 부상과 적지 않는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두 선수는 11월 말 포스팅시스템 (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운명은 둘 중 하나다. 선택받느냐 선택받지 못하느냐.

김하성.연합뉴스

’유틸리티 자원+젊은 나이’ 김하성, 연일 상한가

‘5년 2000만 달러(약 220억 원)’ 김하성에게 처음 붙은 시세다. 시점은 지난달 초. 미국 진출 공식 절차에 돌입하자 예상 몸값은 한 달 사이 3배나 뛰었다. ‘6년 최대 6000만 달러(약 661억 원)’ 전망까지 현지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는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6년 3600만 달러(약 396억 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 변수를 따져 상한가를 낮춰 예상한 김하성의 몸값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바이러스 여파로 통 큰 영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김하성의 가치는 1억 달러(약 1101억 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하성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유틸리티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이 스카우트들의 구미를 당긴다. 여기에 타격감과 잠재력까지.

강한 어깨를 소유하고 있는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더불어 2루와 3루도 두루 맡을 수 있어 내야 ‘슈퍼’ 유틸리티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타격감도 좋다. 올 시즌 김하성은 타율 3할6리, 장타율은 무려 5할3푼1리를 찍었다. 생애 첫 단일시즌 30홈런 고지도 밟았다. 2년 연속으로 ‘100타점-100득점’(109타점-111득점) 클럽에도 가입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25차례 도루를 시도, 23차례나 성공했다. 빠른 발까지 소유한 ‘팔방미인’ 김하성이다. 이런 그의 나이는 고작 25살이다.

CBS스포츠는 김하성의 향후 5년 성적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4로 예측했다. 높을수록 좋은 WAR에서 수치 4는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러면서 매체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신시내티 레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 8개 구단이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든 걸 종합해보면, 김하성의 미국행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몸값인 셈이다.

나성범.연합뉴스

’아! 부상 이력’ 나성범…하지만 믿을 구석 있다?

나성범을 감싸는 기운은 사뭇 다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30대로 접어든 나이와 과거 무릎 수술 이력 때문이다 . 나성범은 지난 시즌 후 MLB 진출을 타진했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잡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무릎 부상에 울었다. 지난해 5월 경기 중 슬라이딩을 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됐고, 미국 진출은 물거품이 됐다.

이 악물고 재활에 힘쓴 나성범은 올 시즌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타율 3할2푼4리, 장타율 5할9푼6리를 기록했다. 34홈런으로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도 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4할5푼8리,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의 눈부신 활약보다 무릎 부상 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전하는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지난 1일 “나성범은 무릎 수술 이후인 올 시즌, 대부분 지명타자로 뛰었다. 130경기 중 50경기만 우익수로 출전했다. 또 커리어 중 가장 적은 3개의 도루에 그쳤다”고 꼬집으면서 “수술 이력이 메이저리그 구단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적지 않은 나이도 구단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비춰진다.

CBS스포츠는 “30대를 넘어선 나성범은 메이저리그에서 우익수 또는 지명타자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구단들로부터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의 공격력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CBS스포츠와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 모두 “나성범은 한국에서 손꼽는 거포다. 평균 이상의 힘을 가진 타자”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성범의 빅리그 도전기다. 하지만 믿을 구석이 있다. 바로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사단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보라스는 류현진,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대형 계약을 끌어낸 인물이다. 구단들로부터 ‘악마 에이전트’로 불린다. 선수의 약점을 지우고, 장점을 잘 어필해 공격적인 협상에 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보라스가 챙겨야 할 거물급 FA 선수는 좌완 제임스 팩스턴(뉴욕 양키스) 한 명뿐이다. 나성범 계약에 할애할 수 있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 시카고 지역 매체 삭스머신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나성범과 3년 1800만 달러(약 198억 원)에 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약 한 달 내로 협상을 완결지어야 하는 두 선수다. 태평양을 건너기 위한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과연 김하성과 나성범은 한국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길 수 있을까.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