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 프로야구에 ‘핵폭탄’급 사건이 터졌다.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되면서 20년 역사를 뒤로하고 프로야구계를 떠나게 된 것. 그 대신 신세계그룹이 와이번스의 역사를 이어받아 인천야구의 새 주인이 됐다.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팀의 등장으로 2021시즌 프로야구는 더 다양한 스토리가 써내려질 예정이다. 새로운 역사와 새로운 라이벌 구도 등 신세계그룹이 가지고 올 새 스토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SK와이번스. 공식 페이스북

삼청태현과 SK 그리고 신세계, KBO 40년 역사에 인천 주인만 6팀

인천 야구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1982년 KBO가 출범한 이래 인천에만 총 5개의 팀이 오갔다. KBO 역사상 해체 혹은 인수된 팀까지 총 19개 팀이 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감안한다면, 그 중 4분의 1이나 되는 많은 팀들이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역사는 모두 짧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2년 반(1982~1985), 청보 핀토스가 1년 반(1985~1987년), 태평양 돌핀스가 8년(1988~1995)을 인천에 머물렀다.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에 둥지를 틀었지만 4년(1996~1999)이라는 짧은 인천 생활을 마무리하고 수원으로 연고를 이전했다. 인천팬들에겐 아직까지 큰 상처로 남은 일화이기도 하다.

다행히 곧바로 새 주인이 나타났다.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주축으로 재창단한 SK가 2000년 인천에 새 둥지를 틀었고, 2020년까지 20년을 한 둥지에서 보내며 4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인천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랬던 SK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제는 신세계가 인천의 여섯 번째 주인으로서 인천야구 역사를 이어간다. 하지만 40년 동안 6개나 되는 팀이 인천을 오갔으니 수난사라면 수난사라 할 수 있다. 신세계가 인천야구의 수난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신 3사 라이벌은 끝, 이젠 ‘유통계 라이벌’이 뜬다

2015년 막내팀 KT 위즈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가 형성된 가운데, KT-SK-LG로 이어지는 통신사 라이벌 관계도 새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SK가 신세계에 인수되면서 통신 3사 중 LG와 KT만 남았다. 통신 3사 라이벌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새로운 라이벌 체제가 형성됐다. 바로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유통 업계 라이벌 구조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미 유통 업계에서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기업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1,2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제 그 라이벌 구도를 야구장으로 넓혀 자웅을 가리고자 한다. 유통과는 다른 싸움이지만, 두 팀의 경쟁구도는 두 기업의 자존심 싸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며 열을 올리는 모습에 롯데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유통 경쟁 구도를 야구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그룹의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표로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나 ‘이마트’, ‘노브랜드’ 등 신세계그룹과 연계된 브랜드들을 야구장에 ‘입점’시켜 유통+스포츠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더 나아가 신세계그룹은 2024년 완공되는 스타필드 청라에 돔구장을 건설하고자 한다. 성사가 된다면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가 결합된 완벽한 ‘신세계 테마파크’가 조성된다.

롯데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롯데도 야구장에 유통을 접목시킨 마케팅을 꾸준히 실현해왔다. 사직야구장을 기반으로 롯데 계열의 업체들을 차례로 입점시킨 데 이어, 신구장과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 의지를 다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철 공수표로 전락한 신구장 추진의 거듭된 실패와 노후화된 사직야구장의 한계로 롯데의 야심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신세계의 야구계 출현은 롯데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장으로 넘어온 유통 경쟁이 프로야구의 활황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연합뉴스

택진이 형 vs 용진이 형, 두 야구광 구단주의 라이벌 구도도 흥미

지난 시즌 프로야구의 화두는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우승과 그 중심에 서 있던 ‘택진이 형’이었다. ‘택진이 형’이라 불린 김택진 NC 구단주가 화두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순수 야구광이 꿈을 실현하는 모습과 그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광이었던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야구단 운영으로 그 꿈을 이루고자 했다. 2011년 창단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FA 영입으로 단숨에 팀을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은 김택진 구단주는 2020년 창단 9년 만에 첫 우승을 이끌면서 야구광으로서의 꿈을 이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소문난 야구광이다. 정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야구단 운영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이번 인수에도 정 부회장이 강한 의지로 직접 진두지휘하며 이끌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야구단을 향한 화끈한 지원까지 약속한 정 부회장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김택진 NC 구단주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미 팬들은 정 부회장의 SNS에 무수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그의 화끈한 지원을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야구광 구단주의 라이벌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외에도 신세계 야구단의 새로운 팀명과 마스코트, 제2돔구장 건립 가능성, 성적에 따른 새로운 라이벌 구도 형성 등 ‘막내구단’ 신세계가 써내려갈 스토리는 무수히 많다. 2021년 새롭게 출발하는 신세계 야구단이 KBO의 ‘신세계’를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