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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타이거 우즈의 귀환을 고대하며

  • 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2011년 12월 이벤트대회인 쉐브론 월드 챌린지에서 우즈가 잭 존슨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언론들은 다투어 황제의 귀환을 예고했다. 그런 우즈가 2012년 3월 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전성기 때의 기량을 발휘하며 우승하자 언론들은 ‘기다림은 끝났다 (Wait is over)’ ‘가뭄은 끝났다(The drought is over)’라며 우즈의 부활을 선언했다.

2009년 BMW 챔피언십 우승 이후 거의 3년 만에 맛보는 우승이었다. 그는 같은 해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AT&T 내셔널 대회에서 우승을 보태 황제 귀환을 증명했다. 이듬해인 2013년엔 WGC 챔피언십,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등 6개 대회에서 우승, 그의 골프황제 자리는 아무도 넘볼 수 없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무승의 기간을 보내며 그의 골프 인생도 저무는 듯했으나 2018년 투어 챔피언십, 2019년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 2020년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82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고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에 3타 차이로 따라붙었다. 우승을 보탤 때마다 그는 부활했고 황제의 이름으로 귀환했다.

우즈는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외곽에서 SUV를 몰고 내리막길을 달리다 전복사고를 당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전문의들이 총동원돼 수술을 받았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빨라야 6개월이 걸릴 것이란 소식이다.

우즈는 교통사고와 악연이 많다. 2009년 추수감사절 휴가기간 중 수면제에 취해 SUV를 몰다 소화전과 나무를 들이받고 의식을 잃어 부인이 골프채로 유리창을 깨고 우즈를 구했다. 이 사고는 그의 섹스 스캔들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진통제와 수면제를 먹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허리 수술 등 알려진 수술 횟수만도 10회가 넘는다.

타이거 우즈가 다시 필드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냥 물러나기엔 너무 아쉽다. 이런 식으로 그를 보내는 것은 골프 팬들로서 가슴 아프다. 그가 해야 할 일도 남았다. PGA투어 최다승 타이에서 한 발 더 나가 최다승기록을 세우고 18승에 다가가는 일이 남았다.

사고와 부상으로 골프를 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굴의 의지로 극적인 재기에 성공한 벤 호건(1912~1997)과 켄 벤추리(1931~2013)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벤 호건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8세 때인 1930년 샌 안토니오에서 열린 텍사스오픈에 참가하면서 프로로 나섰으나 10년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940년 3개 대회 연속 우승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2차 세계대전에 육군 항공대 중위로 참전했고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PGA투어 통산 64승을 올렸다.

그는 1949년 피닉스오픈 연장전에서 패배한 뒤 부인과 함께 집으로 가다 그레이하운드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호건은 부인을 보호하려 핸들을 급히 꺾으면서 골반이 으스러지고 목뼈와 무릎,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의사는 다시 걷기 어려움은 물론 평생 고통과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눈물겨운 재활로 두 달 만에 퇴원한 호건은 1950년 시즌 PGA투어로 복귀해 US오픈 우승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1950년대 미국 프로골프의 슈퍼스타였던 켄 벤추리는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어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그의 명성도 시들고 그의 이름조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 잊혀질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1964년 US오픈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다. 성적이 시원찮아 초청자 명단에서도 빠져 어쩔 수 없이 지역 선발대회를 거쳐 출전권을 따야 했다.

마지막 3일째 날엔 하루에 36홀을 도는데 무더위와 습한 공기로 벤추리는 심한 탈수증과 열사병으로 시달렸다. 14번 홀에서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고 17번 홀 그린에서는 어지럼증으로 홀이 세 개로 보여 2피트짜리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전반 18홀을 끝냈을 때 US오픈 의무관은 그에게 18홀을 더 도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경고했다.

이후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벤추리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17번 홀 티 샷을 한 후 벤추리는 여전히 1등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거의 혼수상태에 빠졌다.18홀에서 우승 퍼트를 마친 벤추리는 그린에 쓰러져 울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하느님 제가 US오픈에서 우승했습니다!”라고 외쳤다. 그가 사투를 벌이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끌어안은 장면은 60년대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벤추리는 그해 2승을 추가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획득,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후 2승을 추가해 통산 14승을 기록하고 1967년 은퇴, 2013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거 우즈가 과연 벤 호건이나 켄 벤투리 같은 골프영웅들처럼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벤 호건, 켄 벤추리,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 등 골프영웅들이 은퇴 직전까지 진정한 골퍼의 멋진 모습을 지켜냈듯 타이거 우즈도 역사적 대기록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기를 고대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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