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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등판 때마다 팔공산에서 기도했죠”

삼성 에이스 원태인 아버지의 ‘야구 대물리기’
  •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스포츠코리아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5년, 대구에서 원태인이라는 이름의 6살짜리 꼬마가 ‘야구 신동’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6살 꼬마가 힘차게 던진 공의 구속은 시속 61km. 투구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는 2021년 현재, 삼성의 에이스 투수로 거듭나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신동’들이 그랬듯, 어릴 적 재능만으로 프로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피나는 노력과 숨은 조력자들의 도움 등이 함께 해야 비로소 성인무대에서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

원태인(21)에게도 피나는 노력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숨은 조력자도 있었다. 바로 그의 아버지이자 든든한 야구 멘토인 원민구(63) 감독. 야구 신동이었을 때부터 지금의 에이스로 거듭날 때까지 아버지의 남모를 노력과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원태인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 원태인(왼쪽)이 여섯 살 때 대구구장에서 시구를 한 뒤 양준혁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아버지 원민구 씨. 스포츠코리아
원태인 발견한 김상수 아버지, 김상수 키워낸 원태인 아버지

현재 대구에서 클럽야구단 ‘원베이스볼’을 운영하는 원민구 감독은 대구 경복중학교에서 20여년 동안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데 적잖은 기여를 한 야구인이다.

야구부 감독의 밑에서 자란 원태인도 야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조금 특별하다. 원태인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삼성 내야수인 김상수(31)의 아버지 고 김영범 씨가 제공했다.

원민구 감독과 고 김영범 씨는 상무 선후임 관계로 각별한 사이였다. 훗날 야구 선수를 꿈꾸던 아들을 위해 김영범 씨 가족이 대구 이사를 결심했고, 새 집을 구할 때까지 원민구 감독이 자신의 집에 머물게 도와줬는데, 이때 한집에 같이 살게 된 김영범 씨가 원태인과 야구공을 가지고 놀다가 그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때 태인이가 6살이었는데, 상수 아빠가 퇴근하고 매일 집안에서 태인이에게 야구를 가르쳐줬어요. 상수 아빠가 ‘형 닮아서 야구 재능이 있더라’고 하길래 학교에서 딱딱한 공을 던져보게 했죠. 깜짝 놀랐어요. 그때부터 야구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친형제 같았던 두 사람은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훗날 프로 무대에서 원태인이 던지고 뒤에서 김상수가 막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원태인이 삼성에 입단해 선발진에 안착하면서 그 꿈이 이뤄졌다.

“지금 태인이도 잘되고 상수도 잘되고, 정말 인연이죠. 상수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휠체어를 타고 스카이박스에서 같이 경기를 봤던 때가 기억나네요. 자신이 안 아팠으면 이렇게 같이 야구장 와서 옛날이야기도 많이 하고 골프도 자주 치러 다녔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가슴이 정말 아팠어요. 제겐 정말 각별하고 고마운 친구입니다.”

아들 등판일마다 오른 팔공산, 아버지의 각별한 자식 사랑

어린 아들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한 원민구 감독은 그때부터 원태인을 야구 선수로 키워내기 위해 각별한 애정을 쏟아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트레칭을 가르치고, 트레이닝 센터를 보내며 조기교육을 강하게, 그리고 탄탄히 신경 써왔다. 원태인도 무럭무럭 성장해 중학교 때부터 14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승승장구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중학교 졸업 때 팔꿈치에 뼛조각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고, 고등학교 땐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팔 근육 부상을 당하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이때를 계기로 원 감독과 원태인은 보강 훈련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깨닫고, 프로 입단 후에도 해당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렇게 애지중지하게 키운 아들이기에, 원민구 감독은 원태인의 성공과 건강을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한다. 원민구 감독이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는 이유도 그 일환이다. 원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들 등판일에 맞춰 팔공산에 올라 아들의 성공과 건강을 기도해왔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이런 아들 둔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

20년 이상 어린 선수들을 키워 온 원민구 감독이지만, 이제 아들에게는 야구에 대해 할 조언은 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숙소 생활을 하는 아들을 향한 뒷바라지와 인성 교육과 같은 조언 등은 계속한다. 아버지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원태인은 든든하면서도 인성 바른 에이스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원 감독은 자신의 아들이 더 성장해 삼성의 에이스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차근차근 더 성장해 수년 내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것이라는 믿음과 부자(父子) 나름의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두 원태인이 건강하게 꾸준히 시즌을 치러야 가능한 성과들이다. 아버지는 그저 아들이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태인아, 나는 네가 삼성맨이 처음 됐을 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단다. 삼성의 호명을 들었을 때 모든 걸 다 가진 듯했어. 새벽에 팔공산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저녁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힘차게 공을 던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이 아버지는 그렇게 기쁠 수 없단다.

아버지가 하자는 거 한 번도 불만 안 드러내고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맙다. 이런 아들을 둔 건 내 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고맙고 잘 자라줘서 또 고맙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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