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 시즌 MVP 제러드 설린저

제러드 설린저. 연합뉴스

2년 공백에도 한국농구 바꿔놓고 NBA 도전할 듯

NBA 팬들이라면 알만한 제러드 설린저(29). NBA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커리어 평균 10득점 이상을 했을 정도로 뛰어났던 선수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설린저는 두 달만에 완전히 한국 농구계를 평정하면서 ‘교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9일 종료된 2020~2021 KBL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설린저의 한국에서의 두 달은 KBL 역사와 안양 KGC 인삼공사를 모두 바꿔놓은 대변혁이었다.

NBA 촉망받는 예비스타

설린저는 미국에서도 초특급 유망주였다. 고교시절 전체 랭킹 2위였는데 공동 2위가 바로 NBA 신인왕 출신에 올스타 7회에 빛나는 카이리 어빙(브루클린 네츠)이었을 정도로 각광 받는 예비스타였다. 대학 시절에는 ‘3월의 광란’으로 불리며 대학 스포츠 최고 인기인 NCAA에 오하이오 주립대를 4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런 재능을 NBA도 알아봤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가 지명한다. 물론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한다. 5시즌 동안 269경기에 출전, 평균 10.8득점 7.5리바운드 1.8어시스트 기록했다.

고질적인 허리와 등 부상으로 인해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2017~2018시즌부터는 중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NBA기준에서 모자랐을 뿐이지 중국에서는 평균 30득점에 달하는 엄청난 활약으로 맹폭을 했다.

어쩌다 한국에 왔나

그렇다면 이런 선수가 어쩌다 한국농구에 입문한 것일까. 한국행 직전 설린저의 마지막 공식경기는 2018년 11월 23일 중국 리그 출전이다. 그가 안양 KGC와 계약해 데뷔전을 치른 것이 2021년 3월 11일이었으니 2년 4개월을 쉬었던 것이다.

고질적인 허리와 등 부상에 무릎, 발 등 다른 부위도 성치 않았다. 이 때문에 강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체중 문제도 있었다. 프로 선수가 28개월이나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은퇴와 다름없다. 그렇기에 대단한 경력에도 그를 영입할 당시 ‘터지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양 KGC 김승기 감독도 우승 후 “농구선수가 2년 쉬면 선수 경력 끝이다. 설린저가 살도 쪘고 무릎 부상 전력도 있어서 뽑기 쉽지 않았다”며 28개월을 쉰 선수를 뽑기란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한국 농구 평정한 설린저

안양 KGC의 올 시즌 개막 전 외국인 선수는 얼 클락과 라타비우스 윌리엄스였다. KGC와 함께 시즌을 시작한 얼 클락은 평균 21분간 14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한 후 22경기 만에 크리스 맥컬러로 교체됐다.

맥컬로도 평균 20분 12.4득점 6.3리바운드에 그쳐 21경기만에 다시 제러드 설린저로 교체됐다.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는 평균 18분을 뛰며 11.8득점 7리바운드 0.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51경기나 뛰었음에도 플레이오프 내내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설린저가 있었기 때문.

설린저는 시즌 막판인 3월 한국 무대에서 데뷔전을 가져 정규리그 10경기 평균 30분 26.3득점 11.7리바운드의 괴물 같은 활약을 했다.

조금 더 적응한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는 더 뛰어났다. 10경기 27.8득점에 12.8리바운드까지 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8득점으로 매우 부진했으나 플레이오프의 엄청난 중압감에도 더 뛰어났던 것이다.

설린저의 정규시즌-플레이오프 기록

- 정규시즌 10경기 : 26.3득점 11.7리바운드
- 플레이오프 10경기 : 27.8득점 12.8리바운드

설린저가 합류한 KGC는 설린저 합류 전 4위에서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는 KBL 역사상 최초의 10전 전승(6강 플레이오프 3전 전승, 4강 플레이오프 3전 전승, 챔피언결정전 4전 전승)이라는 역사를 만들며 압도적 우승을 했다.

팬들은 그에게 ‘교수님’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많은 전문가들은 “설린저는 역대 KBL 외국인 선수 중 ‘넘버1’”이라고 입을 모아 극찬했다.

한국 성공 발판 삼아 NBA 노크할 듯

단 두 달 만에 KBL의 플레이오프 역사와 KGC의 우승 경력을 모두 바꾼 설린저가 다음 시즌에도 계속 한국 무대에서 뛰는 것은 가능할까. 대답부터 말하자면 ‘노(NO)’다.

NBA에서 600만달러(약 66억원)의 연봉을 받기도 했던 설린저에게 선수단 전체 연봉 샐러리캡이 25억원 수준인 한국 무대가 ‘돈’을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설린저가 부상 회복 후 재기의 무대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영입이 가능했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미 설린저는 “NBA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 김승기 감독도 “3~4년 후에나 다시 오면 좋겠다”며 사실상 재계약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린저는 딱 두 달 동안 자신의 재기 무대로 한국을 택해 왜 자신이 NBA 1라운더 출신이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설린저 스스로도 28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마치고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두 달이었으니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