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 시즌 최고 선수를 상징하는 MVP 등극이 가능할까. 시즌 종료까지 한 달여가 남았음에도 오타니의 MVP 수상 여부가 나올 정도로 오타니에 쏠린 시선은 뜨겁다. 오타니의 MVP 등극은 이미 ‘가부(可否)’를 넘어섰다. 심지어 부상으로 남은 한 달여를 결장해도 MVP 등극은 당연하며 심지어 ‘만장일치 MVP 등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타자+투수 오타니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고 있는 오타니는 양쪽에서 모두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순위만 보면 타자로 7일까지 43홈런은 양대 리그 통틀어 1위, 93타점은 6위, 89득점은 8위, 23도루는 4위. 6할1푼3리의 장타율은 아메리칸리그 1위이자 메이저리그 2위다.

메이저리그 홈런 1위라는 상징성, 타점·득점에서 10위 안에 든다는 점, 여기에 도루까지 23개를 기록하며 40홈런-20도루를 넘겼다는 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세부지표로도 f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4.6으로 아메리칸리그 타자 6위, wRC+(조정득점생산력)에서 156으로 2위의 엄청난 공격력이다.

투수로도 최정상급이다. 7일까지 팀의 20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12이닝을 던져 9승1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 중이다. 투수로 기록한 fWAR은 2.6으로 아메리칸리그 16위. 7일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기록을 포함한 류현진의 fWAR이 2.5라는 점에서 오타니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평균자책점 2.97은 110이닝 이상 던진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6명밖에 없는 2점대 평균자책점이다. 타자(4.6)와 투수(2.6)의 WAR을 합친 7.2의 WAR은 타자 1위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6.0)와 투수 1위 코빈 번스(6.6)를 넘어선 수치다. 단순히 WAR만으로도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셈이다.


경쟁자 상황은?

일반적으로 MVP는 타자에서 나온다. 투수의 경우 2014년 클레이튼 커쇼, 2011년 저스틴 벌랜더를 제외하곤 지난 28년간 없었고 이번 역시 아메리칸리그에 세기의 기록을 세운 압도적인 투수가 없어 투수의 MVP 수상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타자 중에 MVP 후보를 봐야하는데 최대 경쟁자는 역시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다. 시즌 초반부터 서로 홈런왕 경쟁을 펼치며 라이벌 구도를 만들던 두 선수의 상황은 시즌 말미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타자’ 그 자체로의 모습은 게레로 주니어가 앞선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홈런 숫자에서 7일 현재 40개로 오타니에 뒤지는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수치가 높다. 그러나 오타니는 타자로도 게레로와 경쟁을 할 만한데 투수로도 평균자책점 2점대에 10승급 투수라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

즉, 타자로는 게레로보다 조금 못할 수 있지만 투수로의 성적까지 뛰어나 게레로를 넘어 MVP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나마 가장 큰 경쟁자일 수 있는 LA에인절스 팀동료 마이크 트라웃이 전반기 부상 이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마저 경쟁자이면서 팀 동료로서 표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가능성마저 없어지게 한다.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AFP

관심은 만장일치 MVP?

이제 초점은 오타니의 ‘만장일치 MVP’다. 그냥 MVP와 만장일치 MVP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명의 이견도 없이 1위표를 모두 받는 MVP는 ‘MVP 중에서도 MVP’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오타니는 타자로도 최정상급인데 투수로도 뛰어난 성적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는 ‘상징성’ 측면에서 1위표를 휩쓸 것이 확실시된다. 오타니가 세우는 모든 기록은 100년 전 베이브 루스가 세웠던 기록이며 심지어 루스조차 하지 못했던 대기록을 수없이 세우고 있다.

오타니가 타자로는 40홈런(혹은 50홈런 도전가능)에 20도루(혹은 30도루 도전가능)에 투수로는 10승 이상에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한다면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의 불멸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 어떤 누구도 깰 수 없을 기록이 될지 모른다.

또한 오타니는 한때 ‘노년층만 본다’고 걱정이 많던 메이저리그의 재부흥을 이끈 상징적인 선수라는 점에서도 가산점이 크다.

오타니가 홈런을 칠 때 알려주는 휴대폰 앱이 등장했고 오타니의 타자로는 승리, 투수로는 승리 기록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관심이다. ‘쇼타임(Sho-Time)’이라는 말은 오타니 경기 때면 언론과 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쓸 정도.

걸림돌도 있다. 오타니의 소속팀 LA에인절스가 5할 승률도 넘지 못하고 있고 자연스레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느 종목이든 MVP투표에서 후보선수 소속팀이 우승 혹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그 가치를 낮게 보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만장일치 MVP가 실패한다면 바로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 그리고 투수와 타자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점, 그 실력에 따른 전미를 강타하는 인기까지 감안하면 오타니가 ‘만장일치 MVP’를 탈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일본 입장에서는 2001년 데뷔 첫해의 스즈키 이치로 이후 20년만에 일본인 MVP가 또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