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의 중심에 있는 황선홍(53)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나설 남자축구 U-23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거쳐 감독으로도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우승(2013시즌)을 차지했던 황선홍은 FC서울과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황선홍.

전설의 스트라이커에서 명장으로

황선홍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에 대해서는 몇가지 기록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는 2002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다. 비교적 하위권인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고 FA컵 결승까지 이끌며 가능성을 보인 황선홍은 2011년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 감독으로 부임해 전성시대를 연다.

특히 외국인 선수 없이 일군 2013시즌 역전우승은 K리그 역사에 가장 극적인 우승으로 꼽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5년간 포항에서의 지도자 경력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황선홍은 FC서울에서도 2016년 우승컵을 들며 그 기세가 영원할 것 같았다.

FC서울과 대전 하나에서의 잇따른 부진

하지만 2017년부터 황선홍 감독 경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전년도 우승팀이던 서울이 5위로 마치며 이상기류가 흘렀고 2018시즌에는 초반 극심한 부진(12개팀 중 9위)으로 인해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재창단한 대전의 첫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1년도 안 돼 자진사임했다.

황선홍 감독이 퇴진 후 1위와 승점 21점차 4위로 추락한 대전의 상황을 볼 때 대전에서 1년도 못한 것이 정말 황선홍의 실패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따른다.

이강인-정상빈-정우영 등 기대주 많다

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황선홍 감독의 1차 목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최종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이며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지 않는 한 파리 올림픽까지는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축 선수는 역시 이강인(마요르카)이다. 발렌시아에서 지난시즌까지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마요르카 이적 후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아시안게임 간판 선수로 기대받는다.

또 다른 주축 선수는 골키퍼 이광연(강원FC), 수비수 김태환(수원 삼성), 미드필더 이수빈(포항 스틸러스), 윙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엄지성(광주FC), 공격수 정상빈(수원 삼성), 조영욱(FC서울) 등이 언급된다. 이 외에도 최준(부산 아이파크), 이재익(서울 이랜드) 등이 기대를 모은다.

U-23거쳐 A대표팀 감독까지 가능할까

당장 U-23대표팀에서 성과를 내야 가능한 전제이지만 황선홍 정도 되는 한국 축구의 인물이 연령별 대표팀 감독만 생각할 순 없다. 황 감독도 “모든 감독의 꿈은 A대표팀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다. 나는 이 자리를 통해 그런 검증을 제대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군 동료이자 평생의 라이벌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 감독을 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홍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지만 선수들에게 신망받는 감독으로 런던 올림픽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이미 모기업의 사정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오직 국내선수로만 꾸려진 2013년 포항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경력이 있다. 이 경험이 분명 국가대표 감독을 하는데도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내 모든 것을 걸겠다”며 의지를 다진 황 감독은 과연 필생의 꿈인 A대표팀 감독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