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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타이거 우즈가 필드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

타이거 우즈가 돌아왔다.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치명적 교통사고를 당한 뒤 10개월 만이다.

  • 타이거우즈.연합뉴스
사고 직후 그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의료진은 생명을 잃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두 다리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의료진은 다리 한쪽의 절단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 다리로 병원을 나설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런 우즈가 아들 찰리 우즈(12)와 함께 12월 18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 칼턴GC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PNC 챔피언십 프로암에 이어 19~20일 본 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다.

이 대회는 메이저 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들이 가족과 팀을 이뤄 겨루는 이벤트 대회로 20개 팀이 참가했다. LPGA투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랭킹 1위 낼리 코다(23)가 프로테니스선수 출신 아버지 페트르 코다(53)와 팀을 이뤄 출전했다.

PGA 정규 대회가 아닌데도 프로암 대회부터 생중계되는 등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우즈 효과(Woods Effect)’ 때문이다.

이달 초 바하마에서 열린 PGA투어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선수가 아닌 주최자의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내 투어 복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지만 선수로서 투어 복귀는 비관적이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절룩거리지는 않았지만 걸음걸이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자신도 현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토로하고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PNC 챔피언십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고 “출전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 정도였다.

주최 측은 우즈를 위해 한 자리를 비워뒀고 결국 우즈는 아들과 함께 프로암대회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본 대회에 앞서 열리는 프로암대회는 조용히 치러지게 마련이다. 선수들이 코스에 적응하기 위한 연습라운드인 셈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갤러리를 3000명으로 제한했음에도 금방 입장권이 동났다. 우즈 부자의 플레이는 일거수일투족 빠짐없이 생중계되었다.

물론 우즈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 스윙의 크기나 파워는 전성기의 80%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듯했다.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샷도 나왔다.

골프 팬들의 시선은 무엇보다 행복에 겨운 그의 얼굴에 쏠렸다. 아들 찰리 우즈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표정은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 사랑’이 흘러넘쳤다.

전에 있었던 숱한 ‘황제의 귀환’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자신의 기록을 끌어 올리는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불멸의 황제’가 그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 타이거 우즈는 변했다. 우즈는 PGA투어 최다승기록이나 메이저 최다승기록을 깨는 것에서 해방된 듯했다.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아들과의 골프를 통한 교감을 나누는 데서 얻는 행복감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절감하고 있는 듯했다.

그가 아들 찰리 우즈에게 쏟는 사랑의 깊이는 유다르다. 우즈는 스웨덴 출신 전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찰리 액셀 우즈(Charlie Axel Woods)’란 이름을 붙였다. 찰리는 ‘미국 골프계의 마팅 루터 킹’으로 불리는 찰리 시포드(1922~2015)에서 따왔고 액셀은 노르데그렌의 오빠 이름에서 차용했다. 스웨덴 말로 ‘평화의 아버지’란 뜻이란다.

찰리 시포드는 흑인 골프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시포드는 1954년 흑인이 출전할 수 있는 PGA투어 중 하나인 피닉스 오픈에 선수로 나섰다. 하지만 시포드는 백인들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고 페어웨이를 걸어가는 동안 욕설을 듣는 수모를 겪었다.

시포드는 1960년 ‘PGA투어에 백인만 멤버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 바뀌면서 이듬해 흑인 최초로 PGA투어 정식 멤버가 됐다. 2004년 흑인으로는 처음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 훈장을 받았다.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에 이은 세 번째 수상자다.

아버지 얼 우즈로부터 찰리 시포드의 아픈 전설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우즈는 1997년 흑인 최초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그린재킷을 입고 진정한 골프황제로 등극했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우즈 부자는 2라운드 합계 25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다. 우승팀 존 댈리 부자의 27언더파에 2타 뒤졌다. 온전치 않은 몸으로, 12살의 아들과 팀을 이룬 것을 감안하면 우즈 팀의 성적은 경이적이다. 찰리 우즈를 위해 티박스가 40~50미터 조정되었지만 그 외엔 모두 동일한 조건이었다.

우즈 부자는 세계 골프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붉은 티, 검은 바지의 복장에 거의 복사판 같은 스윙과 제스처, 퍼포먼스를 지켜본 골프 팬들은 이미 새로운 스타 탄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찰리의 스윙은 어릴 적 우즈를 뛰어넘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군더더기가 없었다. 12살 소년의 스윙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결코 라운드 경험이 많지 않을 텐데 티샷에서부터 어프로치샷, 퍼팅에 이르기까지 경기 풀어가는 능력도 성인 선수 수준이었다.

갤러리들은 물론 동반 선수들도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타이거 우즈를 능가할 재목의 등장을 예고했다. 실제로 아버지보다 더 멋진 어프로치샷을 선보이기도 했다. 순간 우즈를 머쓱하게 했지만 이내 우즈의 머쓱함은 행복감으로 변했다.

우승을 더 보태고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자신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주며 골프를 통한 교감을 나누는 행복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달은 표정이었다. 뭉클한 부정(父情)이 전해졌다.

치명적 교통사고 뒤 다시 필드로 돌아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 역시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재활 모습을 통해 아들로 하여금 불굴의 의지, 온갖 어려움에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게 함이 아니었을까. 이런 아빠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아들에게 더 이상 값진 가르침이 어디 있겠는가.

PGA투어 4승의 선수 출신 NBC 해설가 노타 비게이 3세(49)는 우즈가 스탠퍼드대학 재학 때 룸메이트였던 가까운 사이었다. 북미 원주민(인디언) 출신 최초의 프로골퍼였던 그는 이런 우즈를 두고 “그는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외계인 DNA를 갖고 있다”고 경탄하며 “그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일을 통해 성숙해졌다, 정말 좋은 시간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의 변화를 주목했다.

전 PGA투어 챔피언스 우승자 짐 소프(72)의 코멘트가 압권이다. “골프가 다시 그를 원한다. 그를 다시 필드에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훌륭한 선수는 많지만 호랑이는 단 한 명뿐이다.”

PGA투어 선수로서, 골프천재 찰리 우즈의 아버지로서 타이거 우즈의 행적이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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