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문제 없이 은퇴했다면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와 투수로 남았을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하지만 금지약물 스캔들로 인해 그들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고, 100% 만장일치 득표율이 나와도 이상치 않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가장 마지막인 10회까지 몰리게 됐다. 과연 본즈와 클레멘스는 이번에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똑같이 약물 혐의가 있음에도 ‘빅파피’ 데이빗 오티즈를 향한 시선과 득표율은 왜 차이가 있을까.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있을 미국 프로야구 2022 명예의 전당 투표를 예상해 본다.

로저 클레멘스.AFP

본즈-클레멘스의 추락한 입지

메이저리그 역대 홈런 1위(762홈런)이자 fWAR(대체선수 이상의 선수) 역대 2위(164.4, 1위 베이브 루스 168.4)인 본즈. 그리고 투수 fWAR 역대 1위(133.7, 2위 사이 영 131.5)인 클레멘스.

기록이 그들의 위대함을 말해주지만 두 선수에게는 공통적, 그리고 차별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공통된 약점은 금지약물. 인정한 적은 없지만 두 선수가 금지약물을 통해 엄청난 성적을 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됐고 증거도 넘쳐난다.

본즈는 법정 공방 중 자신의 금지약물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강한 의심을 받으며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미국인들은 잘못을 해도 사과를 한다면 용서하지만 거짓말은 용납 못하는데 본즈는 이 부분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클레멘스의 경우 강성 극우파로 활동하며 지나치게 강력한 발언들을 쏟아내 가뜩이나 ‘약물 선수’라는 이미지에서 더 신뢰가 추락했다.

배리 본즈.AFP

답보 상태인 투표율, 막판 ‘끝내기 홈런’ 가능할까?

2013년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된 본즈와 클레멘스는 둘다 30% 후반대에서 첫 투표를 끝냈다. 명예의 전당은 총 10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 사이에 75% 이상의 득표를 받아야 헌액이 가능하다.

꾸준히 득표율이 늘어 9년차였던 지난해에는 두 선수 모두 61%까지는 왔다. 하지만 75%까지는 14%나 남았다. 최종 10년째이기에 ‘마지막 프리미엄’은 얻을 수 있어도 9년간 총 25% 정도 오른 득표율이 1년 만에 14%가 오를 것이라고 보긴 쉽지 않다. 게다가 다른 반전의 요소가 지난 1년간 전혀 없기도 했다.

물론 11일까지 공개된 득표율에서 본즈는 79.2%, 클레멘스는 78%를 기록했다. 자신의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투표권자의 결과이기에 ‘샤이 투표권자’의 결과가 최종 공개되면 득표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투표 결과가 공표될 때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두 선수가 75% 이상의 투표율을 받지 못하고 탈락한다면 역대 가장 뛰어났던 투수와 타자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생김과 동시에 그만큼 금지약물에 대한 강력한 반발심과 경고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빗 오티즈. AFP

같은 ‘금지약물’ 오티즈는 왜?

하지만 이번 투표는 ‘빅파피’로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데이빗 오티즈를 향한 여론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오티즈가 누구인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177홈런(연평균 44홈런)을 때려내고 보스턴의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긴 선수. 특히 포스트시즌 2번의 MVP를 포함해 ‘가을야구’와 결정적 순간에서 강한(클러치 히터) 선수의 대명사로 보스턴의 상징인 ‘빅파피’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그러나 오티즈 역시 ‘금지약물’에 연루됐다. 2003년 비공개 조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16년 은퇴할 때까지 80여 차례 금지약물 검사를 받았으나 한 번도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첫 검사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동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본즈, 클레멘스와 다르다.

하지만 오티즈는 커리어 내내 ‘반쪽 짜리 선수’인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이긴 했다. 그럼에도 본즈와 클레멘스가 중간 집계 80%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83.6%로 80%를 넘겨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마침 지난해 8년 만에 누구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하면서 ‘이번에는 누군가를 선정해야 한다’는 팬들의 심리도 오티즈에게 득이 된다. ‘본즈-클레멘스를 뽑을 바에는 오티즈가 낫다’는 마음과 함께 오티즈와 함께 후보가 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위대한 커리어에도 ‘금지약물-거짓말쟁이’라는 큰 오명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오티즈가 더 빛나보이는 게 사실이다.

포수 마이크 피아자는 자서전을 통해 금지약물에 대해 시인했음에도 4년차였던 2016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바 있다. ‘눈물로 자신의 부정을 고백했다’는 동정표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호의적 여론이 공식적인 ‘약물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미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오티즈는 물론 마지막해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본즈와 클레멘스가 과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을까. 곧 그 결과가 공개된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