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할 정도로 2000년대 세계 축구 정점에 섰던 이탈리아의 AC밀란. 당시 AC밀란을 이끈 것은 압도적인 개인 기량과 각자의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은 미드필더 덕분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를 넘어 발롱도르(올해의 선수상)를 탔던 브라질의 카카, 경기 조율과 완벽한 패스로 흐름을 바꾸던 안드레아 피를로,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달려들어 태클하고 상대의 공을 인터셉트하던 젠나로 가투소까지. 올해 K리그에도 이 같은 미드필더 조합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이창민-윤빛가람-최영준. 실력이 그들과 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 3명의 플레이 스타일과 조합, 그리고 K리그 내에서의 위상을 볼 때 ‘K리그판 카카-피를로-가투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동계훈련을 준비 중인 이들을 만나 오랜만에 K리그에 등장한 ‘최강 조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세계 축구를 정복했던 AC밀란의 미드필더 3인방 안드레아 피를로, 카카, 젠나로 가투소.AFP

카카-피를로-가투소, 어땠나?

2003년 카카가 합류한 이후부터 카카가 당시 역대 이적료 3위인 6000만파운드(약 1100억원)로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2009년까지 6년간 AC밀란의 카카-피를로-가투소 조합은 당대 최고 중원으로 인정받았다.

카카는 자신을 받쳐주는 3선 피를로-가투소의 도움을 받아 공격에 치우쳐 직접적인 돌파와 슈팅은 물론 공격수에 킬패스와 공격수와의 호흡으로 2선 침투로 2007년 발롱도르를 수상한다.

가투소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형으로 상대 핵심 플레이메이커를 전담마크하거나 상대의 패스를 길목에서 차단하고 또 강한 밀접수비로 상대의 공을 탈취했다.

그렇게 가투소가 공을 가로채 피를로에게 공을 넘기면 경기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폭넓은 시야를 가진 피를로가 정확한 패스로 전방의 카카나 공격수들에게 볼배급을 했다.

톱니바퀴 돌아가듯 서로 완벽하게 역할분담이 됐고 완벽은 축구를 보는 이에게 희열을 선사하면서 지금까지도 축구계 전설의 미드필더 조합으로 남아 있다.

왼쪽부터 이창민, 윤빛가람, 최영준.제주유나이티드

이창민-윤빛가람-최영준은 누구? 카카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이창민이다. 이창민은 단연 K리그 최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여겨지고 있다.

2선은 물론 3선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범용성과 K리그 넘버1의 중거리슈팅 능력은 이창민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카카에 비해 역동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조금 더 수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원래 군입대 예정이었지만 1년을 미루게 되면서 윤빛가람-최영준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윤빛가람은 단연 피를로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빠르지 않지만 공을 잡으면 매우 안정적이며 패스를 보는 시야가 천부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1시즌은 홍명보 감독 아래 힘겨워했지만 2020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MVP까지 받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패스 마스터’였다.

최영준은 가투소처럼 상대의 공을 탈취하고 패스길을 차단하는데 도가 트인 선수. 가투소가 그랬듯 수비에 매우 치중하며 센터백을 앞에서 보호하는데 최고의 능력을 보인다. 2018년 경남FC의 승격 직후 K리그1 준우승의 주역으로 2021시즌에도 우승팀 전북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미들 3人에 대한 기대감

2016년부터 제주에서 활약하며 가장 오랜기간 팀을 지키고 있는 이창민은 “윤빛가람-최영준 형들은 선수들이 인정하는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다. 현재 재활 중이지만 형들과 함께 뛸 생각만 하며 회복 중이다. 분명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함께 즐겨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3년부터 제주에서 뛰다 다시 돌아온 윤빛가람은 “마음의 고향에 돌아와 이제 너무 편하다”며 “최영준과는 경남FC에서, 이창민과는 예전 제주에서 호흡을 잠시 맞췄었다. 두 선수와 더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모두 만날 줄 몰랐다. 든든하다. 동계훈련 중이지만 최고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최영준 역시 “어렸을 때 봤던 ‘넘지 못할 벽’이었던 윤빛가람 형, 리그 최고 미드필더인 이창민과 함께 뛴다는 것에 설렌다. 내가 뒤에서 더 열심히 뛰면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라며 후방에서 청소기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리그 최고 미드필더 3인방 조합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남기일 감독은 “3명의 선수는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1+1+1=3’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며 단순히 3이 아닌 그 이상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올 시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이론상으로는 이창민-윤빛가람-최영준으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조합은 퀄리티와 조화 면에서 매우 강력하다”면서도 “다만 3명의 미드필더 이외에 중원 자원에 대한 선수층에 대한 약간의 의문점은 있다. 또한 최영준이 절정기의 활약상을 다시 발현할 수 있느냐와 윤빛가람이 꾸준할 수 있느냐가 지켜봐야할 대목”이라며 기대감과 우려를 설명했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