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남미 카리브해의 자메이카는 ‘블루마운틴’이라는 커피를 생산한다.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로보다는 레귤러 스타일의 커피로 마실 때 진가가 발휘되는 커피다. 이 커피는 100여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공인받았다. 영국 여왕이 마신다고 해서 더욱 유명한 커피이기도 하다.

이 커피를 ‘커피의 황제’로 품위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한 나라는 일본이다. 현재도 자메이카 커피의 85%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종인 블루마운틴 100% 커피는 그다지 인기도 없고 의미도 없다. 일단은 에스프레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거니와 레귤러 커피로 마실 때는 지나치게 비싼 커피(일반 커피의 다섯 배 정도)를 선택해 마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메뉴 구성에 있다면 블렌딩해 표현한 ‘블루마운틴 스타일’ 커피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근대 커피 문화가 일본에서 유입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블루마운틴이 가장 비싸고 맛있는 커피로 알고 있다. 그러나 100% 순수한 블루마운틴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 백화점에서 블루마운틴이라고 일컫는 커피들을 자세히 보면 대개는 미국의 경우처럼 ‘블루마운틴 스타일 커피’이다. 커피를 직접 볶고 커피 음료도 내는 ‘자가배전 커피숍’ 정도에서 제대로 된 100% 블루마운틴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커피 애호가가 아니 다음에는 그 맛이 정말 최고의 맛을 지녔다고 단정하고 격찬하긴 어렵다. “괜찮은 원두 커피네~” 쯤 될까?

만일 누군가에게서 블루마운틴 100%와 같이 비싼 커피를 선물 받았다면 기존에 마시던 보통의 커피는 잘 밀봉해두고 비싼 커피를 먼저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커피는 시간에 경과함에 따라 산화되어 맛과 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끼려고 고이고이 간직한 값 비싼 커피가 가장 가치가 없는 커피로 전락하기 쉽다.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2-03 10:48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