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일본부사들의 휴대식에서 유래, 도시락으로 애용

[문화 속 음식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주먹밥
고대 일본부사들의 휴대식에서 유래, 도시락으로 애용

일본인들이 “디즈니를 통째로 주어도 바꾸지 않는다”고 말하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지난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그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전통 문화의 묘미를 듬뿍 살려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치히로는 투정 잘 부리고 철없는, 10살짜리 평범한 소녀이다. 새 집으로 이사를 가는 도중 그들 가족은 낯선 터널을 지나 폐허가 된 유원지로 가게 된다. 왠지 기분이 나빠진 치히로는 돌아가자고 조르지만 치히로의 부모는 아무도 없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는 돼지가 되어 버린다.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치히로 앞에 소년 하나가 나타나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소리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800여명이나 된다는 일본의 신들이 휴식을 취하는 온천장이었다. 부모를 두고 갈 수 없는 치히로는 이 소년, 하쿠의 도움을 받아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다. 온천장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 일부를 빼앗아 ‘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청소와 잔심부름을 시킨다. 돌아갈 일도 막막한데 이름까지 잃게 된 치히로는 그저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그러나 하쿠와 가마 할아범, 린 등 온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새 생활에 적응해 가는 치히로. 오염된 강의 신을 깨끗하게 해주는 등 열심히 일한 그녀는 예전의 치히로가 아닌, 꿋꿋하고 용감한 ‘센’이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용으로 변한 하쿠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고, 치히로는 하쿠 역시 이름을 잃어버리고 유바바의 심복 노릇을 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자신이 하쿠를 도울 차례라고 생각한 치히로는 가마 할아범이 건네준 편도 기차표를 들고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제니바를 찾아 나선다. 여행 끝에 마침내 하쿠의 진짜 이름을 기억해 내는 치히로. 결국 하쿠는 유바바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찾고,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치히로가 부모와 함께 터널 밖을 빠져나가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철없던 소녀의 마음은 어느새 키가 훌쩍 자라 있었다.


주먹밥에 서린 어머니의 정

마치 한 편의 성장 소설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부분은 역시 하쿠와 치히로의 우정일 것이다. 치히로가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 첫날 하쿠는 치히로를 부모와 만나게 해준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를 보며 마음이 아파진 치히로에게 하쿠는 주먹밥 세 개를 건네준다. 용기를 내게 해주는 주문을 걸었다고 덧붙이면서. 배가 고파 허겁지겁 주먹밥을 먹어치운 그녀는 갑자기 서러움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여기에서 관객은 치히로가 떠올린 사람이 바로 ‘엄마’임을 알게 된다. 일본인이 도시락 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오니기리’, 즉 주먹밥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주먹밥은 치히로가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의 품을 상징하며, 또한 하쿠의 따뜻한 우정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인 주먹밥은 고대로부터 내려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천지 만물을 만들어 내는 신에게 당시에는 귀했던 쌀로 주먹밥을 만들어 바쳤다. 또한 사무라이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주먹밥은 무사들에게 간편하면서 맛있는 휴대 식품으로 자리잡게 된다. 일본 민담에서도 주먹밥이 등장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주먹밥이지만 일본의 주먹밥은 종류가 훨씬 다양하여 매실 장아찌, 연어 보푸라기, 닭고기, 명란, 된장 등 여러 가지 재료가 사용된다.

이 중에서 아마 한국인에게 가장 낯선 것이 매실 장아찌(우메보시)로 만든 주먹밥일 것이다. 신맛과 짠맛이 강한 우메보시는 일본인들에게는 한국인이 김치 없이 밥을 먹지 못하듯 빠질 수 없는 식품 중 毬だ甄?

* 매실 주먹밥 만들기


-재료(4인분): 밥 4공기, 우메보시 3개, 가쓰오부시 10g, 김 1/2장, 소금


-만드는 법: 1. 우메보시는 씨를 발라낸 후 손으로 꽉 짜고, 가쓰오부시와 잘 섞는다.

2. 김은 4등분하여 자른다. 공기에 밥을 1/4 정도 넣고 물에 적신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눌러둔다.

3. 1을 1/4 가량 덜어서 가볍게 밥 속에 눌러 넣고 밥으로 덮는다.

4. 손바닥 전체에 물을 가볍게 묻혀, 약간의 소금을 바른다. 그릇의 밥을 좌우로 겹치지 않게 떼어낸다.

5. 4를 가볍게 뭉쳐서 꼭꼭 쥐어가며 예쁜 삼각형 모양을 만들고 김으로 아랫부분을 감싸준다.

6. 나머지 재료도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tip: 재료나 모양은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2-05 10:18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