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그림과 모카 커피


얼마 전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커피 시연회를 가졌다. 전시를 한 화가분이 날씨가 추우니 관람객들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 흔쾌히 응한 것이다.

전시회에서는 무슨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 이번엔 모카 커피로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모카 커피를 알고 있어도 모카 커피가 어떤 맛인지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였다.

많은 사람들은 모카라는 커피에 많은 혼동을 한다. 모카는 역사적인 커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어의적인 변화가 있었다. 1,000년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가 예멘에서 최초로 재배돼 예멘 남쪽 끝에 있는 모카 항구에서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은 커피가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모카 항구의 이름을 따 그냥 ‘모카’라고 불렀다. 이때의 의미는 품종의 한 종류가 아닌 단순한 커피, 그 자체였다. 마찬가지로 많은 제과점에서 파는 모카빵도 특별한 커피가 아닌 그냥 커피가 들어간 빵을 뜻한다.

커피에 많은 변종이 나타나면서 모카 커피는 에티오피아와 예멘에서 생산되는 품종으로 분류됐다. 초콜릿과 레드 와인처럼 달고 쌉싸름한 커피의 대명사다. 모카 커피는 일본식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마실 때 진가가 발휘된다. 백화점에서 알 커피를 살 때 모카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이러한 느낌의 커피라고 이해하면 된다.

에스프레소 문화가 발달된 요즘에는 ‘카페 모카’란 커피가 유행이다. 이 ‘카페 모카’에는 모카 커피가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 모카란 진짜 초콜릿이다. 에스프레소 위에 초콜릿 시럽을 얹고 우유를 부은 후 휘핑크림을 올린 후 다시 초콜릿 시럽으로 장식한 커피다. 또 모카 포트라는 기구에서 말하는 모카란 ‘전통의 방식으로 추출하는 진한 커피’라는 뜻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에티오피아 모카로 화랑 한 켠에서 커피를 추출했다. 화랑 안에는 커피 향기로 가득 채워웠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니 나 역시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2-23 11:21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