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리즘과 페미니즘 강조. 복고풍의 럭셔리스타일도 강세 전망

[패션] 미리보는 2004 봄ㆍ여름 패션!
내추럴리즘과 페미니즘 강조. 복고풍의 럭셔리스타일도 강세 전망

2004년 패션은 어떤 얼굴로 우리를 맞이할까. 국내 톱 패션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올 봄ㆍ여름 패션의 중심에는 낭만적인 여성이 있다.

2004 봄ㆍ여름을 겨냥해 지난해 열린 서울컬렉션위크(10월 26~29일)와 프레타포르테 부산(10월 20~21일), SFAA서울컬렉션(12월 1~3일)에서 제시한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어둡고 힘든 시대를 딛고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얘기한다. 미리 보는 2004 봄ㆍ여름 패션, 희망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자.


여성미 돋보인 컬렉션

패션은 사회의 고통과 불안을 치유하고 보듬는다. 예술의 독설스러운 자기 반성과 투쟁의 반기를 뒤로 하고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만든다.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이 자연에 대한 애정과 풍요로운 시대를 되돌리려는 테마를 선택함으로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한다. 전쟁과 경기침체의 세계적인 불안과 심리적 고통을 이미 패션은 극복해 가고 있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컬렉션 등에 선보인 2004년 봄ㆍ여름 여성복 컬렉션은 전쟁을 딛고 패션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20년대의 우아하고 로맨틱한 여성미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지중해풍의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리조트룩과 40~50년대 클래식한 여성미를 되살려 볼륨있는 스타일도 많이 보여졌다.

국내 컬렉션도 예외가 아니었다. 컬렉션장은 피어나는 화사한 꽃과 들풀의 향기를 한껏 들여 마실 수 있었다. 게다가 순수하고 활기넘치는 잘 익은 열매같이 풍요로운 여성미까지. 대부분의 컬렉션이 밝고 경쾌한 바탕색에 프릴, 러플, 리본, 코사쥬, 주름 등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캐주얼하거나 오래된 빈티지의 느낌보다 우아함이 지배적이었다. 색상은 단연 화이트가 메인컬러. 아예 화이트만을 쇼 전체 컬러로 선정한 디자이너가 있을 정도로 화이트는 시대의 어둠을 순수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핑크, 옐로그린, 스카이블루 등 순진하고 명쾌한 색상들이 사용됐다. 블루계열은 청명한 아쿠아 계열이 강세. 그린계열도 쿨그린이 많았다.

소재는 자연주의의 영향으로 면과 실크, 린넨 등 천연소재가 많았고 부드럽고 하늘거리며 살짝 비쳐지는 여성스러운 소재, 시폰이나 레이스의 사용이 많았다. 특히 자유롭고 편안한 무드가 지속되면서 코튼류, 특히 셔츠용 코튼소재가 많이 쓰였는데, 실크 새틴이나 새틴 저지와 같이 광택이 나는 소재가 중심에 서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화사한 프린트물이 다수 보여졌는데 자연의 무늬와 기하학 패턴이 많이 등장했고 여러 가지 문양이 한 벌에 함께 보여지는 멀티프린트의 경향도 강했다.

스타일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은 뒤섞은 믹스&매치가 주를 이뤘다. 특히 믹스&매치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각각의 감성으로 혼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믹스&매치 스타일은 원색 컬러나 자유로운 패턴을 사용하는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럭셔리 모드의 휴양지 스타일과 함께 공존했다.

단순한 면과 선으로 표현되는 미니멀리즘 스타일도 다시 돌아왔지만 여성적인 장식성도 로맨틱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계속되고 있다.

아이템은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짧은 H라인 미니 원피스, 남성복의 이미지가 강한 셔츠류, 부드럽고 비치는 소재가 제각각의 길이로 겹쳐진 스커트, 레이스 소재의 섹시한 슬립형 톱, 여러 가지 소재를 뒤섞은 레이어드 톱, 짧고 장식이 많아진 트렌치 코트, 로맨틱한 미니 드레스 등이 많았다.


▷ 환상적인 자연주의, 로맨티시즘

아름답고 달콤한 여성만큼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존재가 있을까! 패션은 시대의 아픔을 낭만적인 여성상으로 밝힌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로맨티시즘은 신비로움이다.

홍은주는 ‘한여름밤의 꿈’을 주제로 신비로운 요정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잠자리 날개와 같은 신비로운 로맨틱 소재를 불규칙한 실루엣에 매치시켰다. 꽃과 식물에 둘러싸인 정원의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페전트룩을 선보인 임현희는 핸드메이드 니트류를 완성도 높게 선보여 올해 최고의 신인디자이너라는 찬사를 받았다.

‘들꽃과 하늘 그리고’라는 주제로 로맨틱한 자연주의를 펼쳐 보인 디자이너 홍미화는 들꽃과 청아한 하늘이 그려내는 평온한 여름날을 테마로, 푸른 잉크가 수면에 번지는 듯한 청색 계열의 다채로운 변화에 주목했다. ‘여신(Goddess)’을 주제로 한 디자이너 진태옥의 컬렉션은 인체 곡선을 살린 부드러운 라인을 몽환적인 색상의 실크 쉬폰과 벨벳으로 표현함으로써 로맨티시즘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 블랙&화이트의 단순미, 미니멀리즘

블랙&화이트, 직선이 교차하고 원이 포인트로 사용된 단순 반복적인 패턴과 실루엣도 자유분방한 로맨티시즘과 함께 공존했다. 디자이너 홍은주는 꿀벌의 몸통 무늬에서 모티브를 딴 스트라이프를 테마로 내세웠다.

이은정 역시 60년대풍 미니스커트에 블랙&화이트의 스트라이프와 물방울 무늬를 조화시켰다. 심설화는 완벽하게 흑과 백의 조화를 시도했고 직사각형을 변형한 디자인으로 완벽한 테일러룩을 발표했다.

지춘희는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선과 원을 심플하게 조화시킨 의상들을 선보였는데 60년대풍 ‘옵아트’ 패션을 내세운 반면 역시 같은 시대에 유행했던 ‘재키 스타일’의 여성스럽고 풍만한 느낌의 의상들도 선보여 극적인 조화를 완성했다. 남성복 디자이너 정욱준은 블랙&화이트의 단순한 미니멀라인 컬러를 사용하면서도 럭셔리하고 쉬크한 도회적인 남성상을 잘 살려냈다. 김철웅은 한 벌에 2가지 이상의 색을 섞지 않는 절제미로 미니멀 스타일의 진수를 선보였다.


▷ 여행과 휴식이 주는 여유, 리조트룩

퍼플라벨을 새로 선보인 김연주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소재에 모노톤과 비비드컬러를 매치시켜 도심속의 휴식의 의미를 부가했다. 금발 미녀 베티 데이비스를 모티브로 한 화사한 봄 컬러로 쇼를 장식한 디자이너 박윤수의 무대는 50~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 무드와 낭만적인 리조트 웨어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손정완은 일명 ‘캔디 컬러’로 불리는 파스텔 컬러와 광택있는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휴양지의 이브닝웨어로 활용이 가능한 미니드레스를 발표해 리조트룩을 연상케 했다. 문영자의 ‘부르다 문’ 역시 화려한 러플 장식과 큰 꽃무늬를 조화시킨 이국적인 휴가지 패션을 선보였다.

‘프레타포르테 부산’에 참가한 일본계 영국 디자이너 미치코 코시노는 패션쇼의 테마를 아예 휴양지의 야자수를 떠올리게 하는 ‘하와이에서의 휴가’를 주제로 면직물 위에 비치는 소재를 대비시키거나 열정적인 색상의 프린팅을 더한 캐주얼웨어를 선보였다.

루비나는 스포티한 리조트웨어를 발표했다. 광택소재와 원색, 프린트의 적절한 조화로 활기에 넘치는 섹시한 여성을 표현했다. 한혜자도 손에 닿지 않는 자연을 형상화하면서 도심 속의 사파리룩을 완성해 냈다.


▷ 동과 서, 과거와 현재의 공존, 믹스&매치

전쟁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에 정신적인 가치 추구의 경향과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게 된다. 여러 가지 문화와 지식, 사고가 믹스&매치되는 다중주의는 갖가지 예술사조를 뒤섞는다든지, 고전과 현대의 조화, 어른과 아이, 나이와 시간을 뛰어넘는다.

도전적인 젊은 마인드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손정완은 수트의 개념이 강한 비스코스, 마 등의 자연소재를 워싱, 특수 가공을 통해 변형시켜 새로운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서로 다른 장르를 믹스&매치해 그녀만의 엘레강스 스타일을 컬트적으로 풀어냈다. 박윤수는 동서양의 무늬와 색상이 결합된 프린트물을 선보이면서 이를 원시적으로 해석하기 보다 현대적이고 글래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이상봉은 샤머니즘을 현대미와 뒤섞었다. 한국 전통의 색인 오방색과 매듭과 자수의 디테일을 서양 복식과 믹스&매치한 것이 특징. ‘굿’으로 상징되는 한국 전통문화의 이미지와 글래머러스한 여성미를 동시에 표현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2-24 17:48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