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년의 간극을 넘나드는 사랑과 저지방 버터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케이트 앤 레오폴드> 버터
126년의 간극을 넘나드는 사랑과 저지방 버터

21세기만큼 ‘건강’이 식생활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과거 부의 상징이었던 고기는 건강의 적으로 금기시되고, 저지방ㆍ무가당 식품과 유기농산물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 ‘웰빙’의 유행과 함께 우리는 각종 건강식품 광고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으나 ‘잘 사는 것’마저도 돈으로 사고 파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영화 <케이트 앤 레오폴드>는 19세기와 21세기 뉴욕의 모습을 대비시켜 현대인의 이런 각박한 모습을 은근히 풍자한다.

1876년 뉴욕, 매력적인 공작 레오폴드(휴 잭맨)는 시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로맨틱한 남자이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그는 주변의 여자들에게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아 어느새 노총각 신세가 되었다. 작은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신부감을 물색하는 파티를 열던 날, 그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는 미래에서 온 과학자이자 레오폴드의 후손이기도 한 스튜어트였다. 스튜어트를 쫓아가다 브루클린 다리에서 추락한 레오폴드는 그만 21세기로 오게 된다.

같은 장소이지만 때는 2001년, 광고회사에 다니는 케이트(맥 라이언)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전 애인 스튜어트에게 상처받은 그녀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고 일에만 몰두한다. 그와는 천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은 잊은 지 오래다. 어느날 스튜어트의 아파트에 나타난 낯선 남자 레오폴드. 스튜어트가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케이트는 현대 문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 남자를 돌봐줘야 하는 처지가 된다.

케이트에게 그의 존재는 낯설고도 우스꽝스럽다. 옷차림도 이상한 데다 그 느끼한 말투와 구닥다리식 매너란…. 게다가 자기가 19세기 귀족이라니, 아무래도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케이트는 자신을 여왕처럼 대접해주는 그가 왠지 싫지 않다.

△ 버터광고를 둘러싼 갈등

두 사람은 이렇게 126년의 시간차를 넘어 사랑에 빠진다. 케이트는 일도 잊은 채 레오폴드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지만 이들은 곧 사소한 사건으로 다투게 된다. 케이트의 권유로 버터 광고에 출연한 레오폴드. 그는 자신이 맛있다고 광고한 저지방 버터가 실제로는 맛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건 사기라며 분개한다. 케이트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 광고업자가 하는 일은 그 상품을 많이 팔도록 도와주는 데에서 끝나는데 말이다. 갈등을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레오폴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버리고 케이트는 뒤늦게 그를 찾는데….

저지방 버터는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현대인들이 만들어낸 식품이다. 그것이 비록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나 버터만이 가지고 있는 풍미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광고에서는 저지방 버터가 ‘맛있다’고 기만한다.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지방 버터가 상징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은 레오폴드가 환멸을 느끼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을 말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서양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버터이다. 과자를 비롯해 각종 요리에 빠지지 않는 버터이지만 19세기 이전까지는 부자들만이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우유 100kg으로 만들 수 있는 버터의 양은 고작 1kg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를 많이 키우던 북부 유럽에서 주로 식용됐다. 반면 알프스 이남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버터를 먹으면 문둥병에 걸린다고 믿어 올리브유를 대신 사용했다.

버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경, 버터를 젓는 교반기와 크림 분리기가 발명 되면서부터다. 버터를 만들 때는 우선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한다. 다음에 크림을 살균하고 5 ℃ 정도로 냉각하여 하룻밤 숙성시킨다. 이것을 교반기에 넣고 휘저으면 지방입자가 서로 충돌하여 커지면서 수분과 분리된다. 이 때 얻는 지방 덩어리를 버터 입자, 수분을 버터 우유라 한다. 버터 우유를 제거한 버터 입자를 굳히면 우리가 알고 있?버터가 된다.

△ 비타민 A와 카로틴 풍부

기름기가 많은 버터는 공기에 닿는 순간 산패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만든 직후 먹는 것이 가장 좋으며 보관해야 할 경우 종이로 잘 싸서 냉장고에 넣는다. 버터는 100g당 740kcal정도의 열량을 낸다. 그러나 살이 찐다는 점을 제외하면 버터는 풍미가 우수하고 맛이 좋은 식품중의 하나見? 소화가 잘 되는 장점이 있다. 버터에는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와 카로틴이 풍부해 야맹증에 좋다. 또한 신경의 생리활성 물질인 레시틴이 함유되어 있어 몸을 산뜻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흔히 다이어트를 할 때 버터 대신 마가린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100g당 칼로리는 오히려 마가린이 높으니 기왕이면 맛좋고 영양가 있는 버터를 이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2-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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