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용감한 패션, 당신이 리더!


드물긴 하지만 옷입기에는 용감한 편입니다. 외출준비를 하면서 한가지 아이템에서 연장된(예를 들면 형광색 스타킹을 시작으로 원색의 줄무늬 목도리를 한다든지) 가끔은 괴상한 차림을 즐기는 취향 때문에 삐에로 같다는 놀림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파격적인 차림새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한두 차례 ‘요상망칙한’ 옷차림을 목격한 사람들은 “저 사람은 원래 저래” 라며 개성을 인정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수준에 도달하지요.

용감한 옷차림하면 ‘패션 코디네이트’를 강의하시는 코오롱패션연구소(FIK)의 김종미선생이 떠오릅니다. 수다스럽고 명랑 쾌활한 성격에다 호기심이 많은 선생은 실험적인 패션의 선구자였지요. 학창시절엔 매일아침 모친께 “그 차림으로 집밖에 못나간다!”는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패션 리더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했답니다. 한번은 속이 비치는 나풀거리는 커다란 점무늬 블라우스에 라틴댄스 복장에나 어울릴 듯한 층진 스커트를 입고 강의실에 등장했습니다. 그 스커트는 그 당시 TV토크쇼에서 라틴댄스 시범을 보였던 김혜수가 입고 나온 적이 있어 더 놀라웠지요. 선생은 귀염성 있는 작은 체구지만 역시나 전형적인 아줌마 라인이라 그 스커트가 절대 어울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코디네이터 1호인 선생이기에 용납되는 차림이었지요. 선생은 자주 그런 차림으로 제자들 앞에 등장하며 “나 예쁘지? 호호호”를 즐겼습니다. 더불어 수업을 받던 우리들도 쾌활한 기분이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디나 리더는 주목받는 것만큼 손가락질 받기 마련이지요. 파격의 즐거움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2-13 14:38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