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관심은 여자들의 생존 본능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길을 다닐 때 사람들의 차림을 유심히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방금 패션화보에서 튀어나온 듯한 차림의 멋쟁이를 만나면 괜히 흘깃흘깃 눈길을 주고, 살짝 쫓아 가서 가방이며 구두며 어느 브랜드 상품인지 확인하는 버릇은 거의 스토커 수준입니다.

어느 쇼핑몰 광고. 여러 명의 여자가 버스에서 내리려던 다른 여자의 가방을 잡고 있다가 우르르 끌려 나와 “그 가방 어디서 샀어요?”라는 카피를 날립니다. 실제 상황이 벌어질 만도 하죠. 여자들은 남들에게 관심이 많으니까요. 예쁜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 뒤를 나도 모르게 졸졸 따라갔다거나, 앞서가는 매끈한 부츠 차림의 여성과 발 맞춰 걸어갔던 기억. 그런 적 없으세요?

패션잡지들이 주문용 광고 카탈로그처럼 상품 사진과 설명을 많이 싣는 것도 여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입니다. 실제 상품을 보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직접 상점을 방문하고 결국 쇼핑백을 짊어지고 나오게 만들고 말죠. 종족 보존과 생계를 위해 채집을 시작한 것이 여성들의 쇼핑 본능이라는 주장과 함께, 여성들의 관심은 참견과 잔소리, 수다스러움이라는 악평 속에서도 생존 본능처럼 결코 꺾이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은 서로 만나면 ‘예뻐졌다’, ‘머리 새로 했구나?’, ‘그 귀걸이 어디서 샀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을 ‘안녕?’, ‘잘 지냈니?’ 와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주변의 남성들이 보기에는 ‘이상하네,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하기 일쑤죠. 여자들이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솔직하게 아름다움을 칭찬할 줄 모르는 남자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2-20 17:00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