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아이 바로잡기

[두레우물 육아교실] "말보다 주먹질을 앞세우네요"
공격적인 아이 바로잡기

“안녕하세요. 저는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원강사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아이들 행동을 보면 이해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잘 놀던 친구들과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주먹질에, 발길질을 해서 제가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어른인 제가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막 싸울 땐 무섭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이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쉽게 흥분하고 쉽게 화를 내는 것 같아요.

늘 만나야 하는 아이들이라 저도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주고 싶은데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야단도 치고 모른 척 내버려두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도와 주세요.”(일산에서 학원강사)

- 더 많은 관심과 칭찬 필요

십 년 넘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명희 선생님은 한 반 학생들의 숫자가 50명이 넘었던 몇 년 전보다 40명 가량 되는 요즘이 아이들과 지내기가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많은 아이들이 예전과 비교할 때 더욱 산만하고, 쉽게 흥분하며, 싸우는 일이 잦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상에서 늘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신철희 부소장(원광아동상담센터)도 같은 의견이다. “물론 아이들마다 성향이 달라 내향적인 경우보다 외향적인 아이들이 더 많이 화내고 흥분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잘 참지를 못하고 더 공격적인 것 같습니다.”

학교 안 선생님이건 학교 밖 선생님이건 날마다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교사 입장에선 두 사람의 경험담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참 기운 빠지고 걱정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건 없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다루기 힘든지 그 원인을 알고 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몇 가지 처방을 알게 되면 훨씬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일본의 교육 전문가 하이케 바움은 아이들의 ‘화’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해석한다. “어른들은 화내며 싸우는 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도덕적인 규범에 어긋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격성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공격성(aggression)은 라틴어의 ‘aggredi’에서 온 말로 ‘어떤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바라보면 안 된다. 공격성은 인간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툭하면 화내고 싸우는 아이의 올바른 감정표현을 돕는 법> 하이케 바움 글/신철희 감수/신홍민 옮김/한울림)

종종 아이들이 화내고 싸우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아이가 화를 내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만약 수업 시간 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잠시 수업을 중단한 다음 흥분한 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수업이 끝나고 나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이들의 말을 공평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자주 싸움을 벌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한테는 교사 옆 자리나 교실 맨 앞에 앉힌다든지 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칭찬하는 말을 자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늘 같은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부모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괜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그런데 한 아이가 계속 말썽이라면 그 아이한테는 물론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모를 만날 필요가 있다. 단 부모를 만나기 전 준비할 게 있는데 그것은 아이의 관찰 기록지다. 아이가 싸움을 일으켰을 경우 언제, 무슨 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록해서 부모에게 보여준다.

간혹 아이들은 원래 싸우면서 큰다는데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겠지만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자주 본다면, 또 그린?느낀다면 부모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 그 다음은 부모의 몫이다.

- 치료기관의 전문적 상담도 고려해 봐야

선생님으로부터 내 자식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하면 기분 편할 부모 한 명도 없다. 선생님이 밉고, 자식한테 속상하고, 또 남편에게, 아내에게 화가 난다. ‘감히 누가 내 자식...’을 하며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내 아이를 화나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공격성에 대한 충고를 들었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요즘처럼 한 집에 아이가 한 둘일 경우 부모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밀착돼 있어 부모가 뭐든지 다 해주고 들어주다 보니 정서적으로 미숙한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미숙하면 나이보다 어리게 행동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화를 내거나 폭력을 쓰는 경우가 잦다.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의 과잉행동을 만드는 것이다. 어리고 약해 보일지라도 아이를 믿고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 뭐든지 되는 게 아니라 때론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하며 그런 상황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끝으로 아이들이 싸우거나 폭력을 쓸 때 부모가 먼저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이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더불어 화나는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들을 부모가 먼저 잘 다스리고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자.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화를 잘 참아내는 부모라면 아이도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도움말:원광아동상담센터(www.wkcc.co.kr) 신철희 부소장

심유정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3-11 22:33


심유정 자유기고가 pupp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