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엿보기] 그녀의 로맨틱한 가면


세상엔 두 부류의 여자가 있다(하하, 이런 식의 분류는 언제나 재미있다. 분류 주체의 성향도 알 수 있고, 또 무엇보다 무수한 다른 버전이 가능하다!). 열정적인 여자와 초연한 여자.

전자의 그녀는 사랑에 빠지면 폭풍처럼 몰입한다. 원하는 것을 감추지 않으며 상대에게도 역시 명확함을 요구한다. 충족되지 않으면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어정쩡함’ ‘애매모호함’ ‘체념’ 이딴 것들.

반면에 후자의 그녀는 그 모든 것에 구애 받지 않는 듯 행동한다.

#대화 하나. “내가 네 남자 친구인데 이 정도도 요구 안 해?” “뭣 하러? 네 맘대로 해. 난 상관 없어. 우리 서로 그런 부담은 주지 말자구.”

#대화 둘. “잘 들어가. 도착할 때쯤 전화할게.” “하지 마. 그런 거 부담스러워. 그냥 이렇게 기분 좋게 헤어져.” 지나칠 정도로 쿨한 그녀를 보면 오히려 상대가 애가 닳을 지경이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초연한 그 가면을 벗겨놓고 보면, 그녀 역시 전자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단지 사랑을 나누며 얻게 되는 상처들이 싫어졌을 뿐이다. 열정에 비례해 커지는 흉터. 이런 건 너무 소모적이잖아…! 이쯤에서 그녀는 자신의 열정을 컨트롤(실은 억제)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짐짓 ‘의젓한 강자’ 역할을 자청한다.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으며 세상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럼 적어도 잃는 건 없을 것이다.

그녀의 ‘로맨틱한 가면’은 언뜻 스스로에게 매혹적이고 또 안전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읽는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런 행동은 스스로에게 강하고 의연해진 느낌, 성숙해졌다는 포만감 등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대개는 외면해 왔던 열정을 숨길 수 없어 곧 다시 가면을 내려놓게 된다. 처음도 끝도 오로지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모나리자처럼 신비스럽게 미소 짓고 있는 그녀. 당신의 손 안에 잡히지 않는 그녀. 그 뒤에는 이처럼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음스타일리스트


입력시간 : 2004-03-12 22:33


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