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커피와 우유의 궁합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시는 커피는 시민권자의 커피, 크림이나 설탕 중 한 가지만 넣은 커피는 영주권자의 커피, 크림과 설탕을 모두 넣은 커피는 불법체류자의 커피.”

한동안 미국 한인사회에서 유행했던 유머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습관을 보면 미국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페라떼나 이와 유사한 커피가 미국 사회에 유행하면서 시민권자들도 커피에 우유를 넣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

실제로 커피와 우유는 궁합이 잘 맞는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칼슘이 모자랄 수 있는데, 우유에는 칼슘 함량이 높아 커피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준다. 커피와 우유의 조화가 완벽하다는 카페오레(프랑스식 밀크 커피)도 실제로는 의료용으로 개발되었다. 1685년 프랑스 명의 시외르 모닌이 지나치게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환자들을 보다가, 적절한 혼합의 비율을 연구한 뒤 환자들에게 권하면서 유행한 것이다.

그러나 우유는 수분이 많아 커피를 지나치게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인스턴트 커피와는 잘 맞지 않는다. 우리가 인스턴트 커피에 분말이나 액상 크림을 주로 사용해온 이유다. 분말 크림은 식물성 크림으로 지방질과 콜레스테롤은 높지 않지만 칼로리가 높고, 액상 크림은 동물성 크림으로 지방질이며 우유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다. 물론 인체에 바로 영향을 줄만큼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전문으로 파는 커피점에서는 기계의 스팀으로 고운 우유 거품을 내준다. 그리고 뜨겁고 고운 우유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카페라떼와 같은 음료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보다 걸죽하고 밀도 높은 우유 거품을 만들어 하트 모양이나 나뭇잎 모양을 그려주기도 하는데, 이를 라떼아트, 또는 로젠탈이라고 부른다.

각 가정에서도 우유를 이용해 그림이 그려진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 일단 전자레인지로 우유를 데우고 프렌치 프레스(티 메이커라고도 불리는 기구)와 유사한 우유 거품기에 데워진 우유를 부은 후 펌핑을 계속하면 고운 우유거품 만들어진다. 커피를 에스프레소나 이와 비슷하게 추출한 후 이 우유 거품을 부으면 컵 가장자리의 우유에는 자연스럽게 스며 올라온 커피가 밴다. 이 커피를 이쑤시개 등으로 찍어 컵 가운데의 깨끗한 우유 여백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 넣으면 된다. 일본의 많은 커피점에서는 이런 방식을 이용한 다양한 그림을 넣어 주기도 한다.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3-18 21:16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